[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은 지난 7일 일본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의 머스캣스타디움에서 주니치 드래곤즈와 스폰서 스페샬 홈경기를 치른 뒤 “참 부럽다”고 했다.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해 주로 아마 야구를 치르는 곳이지만, 30,000석 규모의 깔끔하게 정비된 대형 구장에 서서 새삼 탄탄한 일본야구의 인프라를 느꼈을 것이다.
↑ 지난 7일 오승환의 한신이 주니치전을 치른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 머스캣스타디움은 주로 아마 야구 경기를 치르는 지방 중소도시 구장이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3만석 규모의 대형구장이다. 사진(구라시키)=천정환 기자 |
한신이 매시즌 한경기씩 공식전을 치르고, 요미우리 등도 이벤트 공식전을 개최하곤 하는 이 구장은 오는 16일 NPB 후레시올스타게임(KBO의 퓨처스올스타게임)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간 프로야구의 개최 일수는 7~8일에 불과하고 주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 사회인야구의 일정을 소화한다.
이쯤에서 인구 1천만 명 서울의 스포츠 메카이자, 출범 33년 KBO의 두산과 LG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구장을 떠올려본다.
서울시는 지난해 삼성동 코엑스와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 발전시킨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지난 4월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8월초까지 한강, 탄천을 포함한 잠실운동장 일대의 조성 계획에 관한 국제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국제공모에 앞서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시설별 계획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의 역사성을 갖고 있는 주경기장은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은 반면, 야구장은 현재의 실내체육관 위치에 새로 짓는 계획인데 25,000석 규모의 하프돔으로 그려져 있다.
2023년 완료가 목표인 사업이다. 10년 후를 생각하고 지어야 할 새 잠실야구장의 첫 계획안이 현재의 잠실야구장 규모(26,608석)와 다름없는 사이즈로 구상된 것은 당혹스러웠다.
일단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은 예시된 계획안일 뿐이다. 다음달초 마감되어 오는 9월초 당선작 발표가 예정돼있는 국제공모는 무한한 상상력의 작품들에게 열려 있다. 다만 ‘25,000석 내외의 야구장’이 적힌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을 뚫고 진취적인 아이디어와 스마트한 현실감각이 담긴 선진국 규모의 야구장 설계가 나와 줄지는 조바심이 나는 부분이다.
인구 150만명의 광주광역시에 지난해 문을 연 KIA 챔피언스필드는 22,000석(수용인원 27,000명)이었다. 내년 오픈할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최고, 최신의 시설을 자부하는 24,000석(수용인원 29,000명)을 250만 대구 야구팬들 앞에 내놓는다.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1이 모여 사는 ‘국제도시’ 서울이 공연, 엔터테인먼트, 스포츠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복합공간으로 10년 후에 선보일 새 잠실야구장은 ‘인프라는 투자’라는 가치를 이해하는 설계, 수요와 위상에 걸맞은 규모로 탄생하는 것이 소망스럽다.
↑ 내년 오픈 예정인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24,000석(수용인원 29,000명) 규모의 다이아몬드 형태로 지어진다. 녹지율을 높여 자연친화적인 공원 느낌으로 설계했다. 조감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이미 고척돔의 교훈을 배운 서울시로선 중요한 첫 걸음이다. 최초 400억원 규모로 설계했다가 고치고 바꾸면서 5배 이
10년후 잠실에서는 그라운드의 어느 선수도, 스탠드의 어느 팬도, 적어도 일본 중소도시의 아마 야구장은 굳이 부럽지 않기를. 돔구장이면 몰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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