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강윤지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는 12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세찬 빗줄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타격 훈련에 매진했다. 땀과 비로 흠뻑 젖은 선수들은 야구장 인근 사우나서 몸을 녹이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뜨끈뜨끈한 ‘탕’속에 들어갈 텐데 유난히 외모를 치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외야수 이대형(32)과 내야수 박경수(31)는 모자를 앞뒤로 바꿔 써가며 가장 마음에 드는 ‘패션’을 완성해 갔다. 꽃단장에 신경 쓰는 건 비오는 날의 징크스가 아닌 특별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 손주안 군이 던지는 공을 열심히 받고 있는 이대형(맨 왼쪽).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
하지만 이날 경기는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손군의 가족은 헛걸음을 한 셈. 하지만 다른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1대1 야구강습을 하는데, 이대형과 박경수가 도우미로 나섰다.
그 강습은 고스란히 TV카메라에 촬영될 예정이었다. 전파를 타고 방송될 분량인 것. 이대형은 그 동안 방송과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 방송 울렁증이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박경수의 “함께 찍자”는 제의에 ‘신조’가 흔들렸다. 여기에 귀여운 손주안 군도 그를 변심시켰다. 이대형은 “원래 안 하려 했는데, 아이가 있어 하는 것”이라며 수락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박경수가 앞장서서 ‘판’을 키운 건 이들 가족의 열렬한 팬이기 때문. 경연 프로그램 내 듀엣 노래를 보고 반했다고 했다. 박경수는 하루 전날 경기에서 홈런을 쳐서 받은 캐릭터 인형까지 직접 챙겨들기까지 했다.
↑ 주안 군의 자세를 직접 잡아주고 있는 박경수.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
손주안 군은 초반 공에 던지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일일코치’의 열렬한 가르침을 잘 따랐다. “방송 분량도 안 나오겠다”며 걱정했던 이대형은 손주안 군이 이내 야구에 맛을 들리자 “잘한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글러브를 끼고 쭈그려 앉은 이대형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 짧은 강습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박경수-김소현-손준호-손주안-이대형(왼쪽부터). 사진(수원)=강윤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