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두 ‘메이저 퀸’이 새 역사를 쓰겠다며 벼르고 있다. 주인공은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을 노리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4대투어(미국·일본·한국·유럽) 메이저대회 제패을 노리는 전인지(21·하이트진로). 이들은 오는 30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치열한 샷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박인비와 전인지는 묘하게 닮았다. 전략적인 코스 공략과 쉽게 무너지지 않는 멘탈, 그리고 짠물 퍼팅까지 빼닮았다. 박인비는 LPGA투어 메이저 5승, 전인지는 KLPGA투어 메이저 2승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메이저대회에서 각각 1승씩 올리며 ‘메이저 퀸’으로 불린다. 기술적인 부분도 닮았다. 드라이버샷 비거리도 250야드 안팎으로 비슷하고 평균 퍼팅수(박인비 29.28타·전인지29.61타)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벌어들인 상금도 박인비가 20억원을 조금 넘긴 가운데 전인지도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모두 19억원 이상을 벌었다.
박인비는 시즌 개막 전부터 “커리어슬램은 내 인생 최대의 목표”라며 모든 컨디션 조절과 샷 감각을 이 대회에 맞췄다. 사실 박인비는 지난 2013년 파죽의 메이저 3연승을 거두며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뒀지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대기록이 무산된 아쉬움을 날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박인비는 올해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메이저대회 3연패의 위업을 이뤄낸 뒤에도 “브리티시 오픈은 내가 우승하지 못한 유일한 메이저 대회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위해 브리티시 오픈 트로피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다. 만일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선수 생활 내내 그것만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우승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대회를 앞두고 박인비는 승부처를 퍼팅으로 꼽았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불암감이 생겼다. 27일 끝난 마이어LPGA클래식 최종일 박인비는 드라이버와 아이언샷, 퍼팅까지 모두 난조를 보이며 공동 44위로 추락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절반도 되지 않았고 그린 적중률은 61.11%에 퍼트는 33개까지 치솟았다. 박인비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샷과 퍼팅 감각을 모두 끌어올려야 할 숙제를 안게됐다.
한국여자골프 최초의 LPGA투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박인비와 함께 토종골프 퀸 전인지는 한 시즌 4대투어 메이저대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인지는 지난 5월 일본 살롱파스컵 우승에 이어 7월에는 LPGA투어 메이저 US여자오픈과 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며 불과 3개월만에 한·미·일 메이저 제패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기세를 이어간 전인지는 내친김에 유럽투어 정복까지 노린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은 L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LET)가 공동개최하는 대회다.
지난 26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직후 곧바로 대회장인 스코틀랜드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전인지는 “브리티시여자오픈을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시차적응과 체력이 걱정되지만 브리티시 오픈 참가하기에 앞서 메인 스폰서 대회에서 우승하게 됐고 한·미·일 메이저 동시석권을 이뤘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가지고 간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인지는 대회를 앞두고 기분 좋은 선물도 받았다. 세계랭킹이 9위로 뛰어오른 것. 전인지는 이제 박인비(1위), 김효주(4위), 유소연(5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4번째로 세계랭킹이 높아졌다. 지금 순위를 유지한다면 내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여자 선수들에게 처음 문을 연 턴베리 골프장은 지난 1977년 디오픈에서 톰 왓슨과 잭 니클러스가 혈투를 벌였고 2009년에는 60세를 앞둔 왓슨이 우승을 아쉽게 놓쳐 골프팬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다. 링크스 코스답게 변화무쌍한 바람과 변덕스러운 날씨는 기본이다. 여기에 창의적인 샷으로 코스를 공략하고 그린 밖에서 퍼터를 써야 할 때가 많을 정도로 퍼팅이 중요하다.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LPGA투어 한국선수 시즌 최다승과 메이저대회 3연승을 노린다. 박인비, 김효주(20·롯데), 김세영(22·미래에셋), 최나연(28·SK텔레콤), 최운정(25·볼빅) 등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우승을 맛본 선수들과 전인지를 비롯해 이정민(23), 고진영(20·넵스) 등 토종 골프퀸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외국 선수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리디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