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다음 주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캄비아 프틀랜드 클래식 출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17년 동안 기른 반려견 ‘세미’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박인비는 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출전을 하루 앞두고 제주시 오라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다음 주 시합에 나가기로 했는데, 세미와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이같이 말했다.
세미는 박인비가 초등학교 5학년 처음으로 골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아버지 박건규씨가 선물한 검정 코커스페니얼-진돗개 믹스견이다.
개의 나이로는 ‘노인’인 세미는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작년부터 눈과 귀의 기능이 떨어진 세미는 지난주 박인비가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경기를 치르는 동안 발작을 일으켜 앞으로 오래 못 살 것이라는 슬픈 예감을 줬다.
브리티지여자오픈에서 우승,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박인비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며 “강아지를 5개월간 못 봤는데, 내가 한국에 갈 때까지 세미가 기다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17년간 속 한 번 안 썩였다”면서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다. 강아지라기보다 저의 가족이다”라고 애잔한 마음을 드러냈다.
박인비에게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다. 그가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원동력이 바로 가족이다.
그는 “가족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나갈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지난 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부모님과 남편 등 가족의 힘이 이번 우승에 큰 도움이 됐다”며 가족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박인비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중학교 1학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등 골프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박인비가 미국 2부 투어에서 뛰던 시설 아버지 박건규씨는 직접 캐디 가방을 메기도 했다.
또 박인비가 2008년 후반부터 4년간 시달린 지독한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도록 이끌어준 사람들도 부모님과 남편 남기협씨다.
박인비는 “부모님의 지지와 남편을 만난 것이 슬럼프 탈출의 계기”라며 “골프를 그만두려고 생각하던 시기에 남편을 만나 생각을 전환했고, 부모님은 제가 남편과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 1∼2주 또는 한 달간의 부진을 버틸 수 있다”며 “4년의 힘든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강조했다.
당시 남기협씨는 박인비의 스윙을 ‘180도’ 바꿔주며 그가 슬럼프를 탈출하고 지금의 전성기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해 결혼한 둘은 투어를 항상 함께 다니며 서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박인비는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기에 살 수 있다”며 “그중에서 1순위는 가족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쁨도, 슬픔도 주는 정말 소중한 존재들이다”라고 말했다.
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박인비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박인비는 “화목하기 위해 다른 노
그러면서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모든 것을 다 공유하는 게 가족”이라며 “항상 그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화목한 가정이 이뤄지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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