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끝날 듯 끝나지 않은 잠실 라이벌전의 치열한 연장 혈투. 결국은 투수전이었고, 실상은 ‘변비야구’였다. 마지막 집중력은 두산 베어스가 강했다. 허준혁의 ‘인생투’가 헛되지 않았다.
두산은 2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3-2로 이겼다. 선발투수 맞대결은 눈부셨다. 하지만 경기 막판 득점 찬스를 수차례 놓친 양 팀 모두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두산 좌완 선발 허준혁은 마치 유희관으로 빙의된 듯했다. 최고 구속은 138㎞. 승부구는 절묘하게 제구 된 변화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적절하게 섞어 LG 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허준혁은 7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허준혁이 잡아낸 8개의 삼진은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이었다.
↑ 21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2015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장 11회 초 1사 만루에서 두산 3루 주자 고영민이 김재호 희생타 때 홈인해 득점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LG 우완 선발 류제국도 마찬가지였다. 류제국은 2회초 홍성흔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이날 류제국이 기록한 유일한 실점. 류제국은 106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5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0-1로 뒤진 7회까지 버티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류제국이 내려간 뒤 LG 타선이 뒷심을 발휘했다. LG는 8회말 정성훈의 안타에 이어 1사 2루서 손주인이 동점 적시타를 때렸다. 류제국은 불운에 시즌 4승을 날렸으나 패전은 면했다.
이후 양 팀은 다시 투수전에 돌입했다. 결국 연장 11회까지 가는 끝장 승부가 펼쳐졌다.
답답한 쪽은 LG였다. 수차례 득점 기회를 날렸다. 9회말 1사 후 연속 3안타로 만루 찬스를 잡고도 정성훈이 병살타로 끝내지 못했다. 운도 없었다. 1사 2, 3루서 채은성의 우전 안타가 우익수 민병헌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나오면서 3루 주자 루이스 히메네스가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또 정성훈의 병살 타구는 마운드를 맞고 튀는 바람에 오히려 두산 수비를 돕는 셈이 됐다.
LG는 연장 10회에도 유강남이 선두타자 2루타로 무사 2루 찬스를 잡았지만, 허무하게 끝내기 기회는 사라졌다. 박지규가 희생번트를 실패한 뒤 문선재와 오지환이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국 흐름은 두산에게 넘어갔다. 필승조를 투입한 LG 마운드도 버티지 못했다. 연장 11회초 이동현이 1사 뒤 연속 볼넷을 내주고, 바뀐 투수 임정우도 몸에 맞는 볼로 만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김재호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3루 주자 고영민이 슬라이딩으로 홈을 밟았다. 두산은 극적인 득점이었고, LG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LG는 11회말 2사 후 흔들린 함덕주에게 볼넷 2개를 얻어냈지만, 정성훈 타석 때 이중도루를 시도하다 1루 주자 채은성이 2루에서 태그아웃을 당해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정성훈은 9회말 병살타를 만회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답답한 ‘변비야구’의 결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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