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청주) 이상철 기자] 2일 청주구장의 공기는 하루 전날과 달랐다. 진짜 야구전쟁터였다. 한화와 KIA 모두 치열했다. 박 터지게 싸웠다. 한 이닝도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예민했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불꽃은 경기 시작 전부터 튀었다. 홈팀 한화에 이어 몸을 풀기 시작한 원정팀 KIA. 선수들 모두 기합이 단단히 들어갔다. 러닝과 스트레칭은 물론 수비 훈련을 할 때도 우렁찬 목소리가 청주구장 내에서 울려 퍼졌다.
평소와 다른 훈련 풍경이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기백’이었다. KIA는 시즌 최다인 6연패 중이었다. 청주에서 그 사슬을 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래야만 1경기 차 뒤진 한화와 5위 싸움도 가능했다. 희망의 등불을 살려야 했다.
↑ 양현종은 2일 청주 KIA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3회와 4회 벼랑 끝까지 몰렸다. 사진=MK스포츠 DB |
오후부터 내린 빗방울은 그 열기를 적시기는커녕 오히려 부채질 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1회초가 끝난 뒤 일시 중단됐다. 경기가 36분간 지연된 가운데 예열을 마친 한화와 KIA의 겨루기에는 불꽃이 튀었다.
이닝이 늘수록 그라운드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2회초 배영수의 공이 이범호의 몸을 향하자,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는가 싶었다. 이범호는 한화전에서 유독 사구가 많았다.
청주구장은 오늘도 친 타자 성향의 청주쿠어스필드였다. 한화 선발 배영수는 2회초에만 안타 4개와 사구 1개로 4실점을 하며 강판됐다. KIA 양현종 역시 고난의 연속이었다. 3회말 홈런 포함 4연속 안타를 얻어맞는 등 혼이 단단히 났다.
그 치열함 속에 절정을 이룬 건 4회말이었다. KIA가 4-2로 앞선 4회말 2사 1,2루에서 이용규가 타석에 섰다. 11일 전 17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던 양현종과 이용규였다. 그 순간 김기태 KIA 감독이 항의를 했다.
더그아웃에 설치된 모니터를 문제 삼은 것. 불펜의 앞뒤를 비추는 두 화면과 달리 하나의 화면은 이동식 카메라로 청주구장의 구석구석을 살필 수 있다. 더그아웃에는 조이스틱이 하나씩 있었다. 더그아웃의 사각지대를 보기 위함이나, ‘마음만 먹으면’ 투포수의 움직임은 물론 상대 더그아웃도 볼 수 있었다.
이 항의에 김성근 감독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각지대를 봤을 뿐이지, 악의적인 의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경전이었다. 경기는 또 지연됐다. 그러다 김기태 감독의 항의대로 이 화면을 ‘오프’하기로 합의한 뒤에야 다시 속행할 수 있었다.
줄다리기의 ‘밀당’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7회에는 KIA와 한화 모두 애매한 상황에 대해 합의판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과(아웃 판정)는 번복되지 않았으나 두 팀이 서있는 칼은 날이 시퍼렇기만 했다.
총력전이었다. KIA는 마무리 윤석민을 7회 투입했다. 지난 8월 1일 대전 한화전 이후 두 번째 7회 출격. 한화도 3-4, 1점 차까지 따라잡자 8회 전날 사용하지 않은 권혁 카드를 꺼냈다. 그런데 두 뒷문지기마저 흔들렸다. 끝까지 살얼음판 승부였다.
↑ 권혁은 2일 청주 KIA전에 한화가 3-4까지 추격한 승부처에 투입됐다. 그러나 뼈아픈 실점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한화와 KIA의 시즌 14차전이 끝났다. 두 번의 대결이 남아있다. D-Day도 얼마 남지 않았다. 2주 뒤 광주에서 다시 맞붙는다. 그때는 지금보다 살벌함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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