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화성) 이상철 기자] 방심은 없었고, 망신도 없었다. 늦여름의 밤, 화성(華城)은 화성(火城)이었다. 신나는 골 잔치에 뜨거웠다.
‘언더독’과 대결이 더욱 어렵다던 태극전사들, 이른 시간 선취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골문이 여는데 걸린 시간은 단 9분. 이후부터 골 퍼레이드가 줄곧 펼쳐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3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서 라오스를 8-0으로 완파했다. 전반 9분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의 골을 시작으로 손흥민(토트넘), 권창훈(수원), 석현준(비토리아), 손흥민(레버쿠젠), 이재성(전북)의 연속 골이 터졌다.
순항이다. 지난 6월 16일 미얀마를 2-0으로 꺾은 한국은 월드컵 2차예선 2연승으로 G조 1위를 유지했다. 8골은 지난해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래 1경기 최다 득점이다.
↑ 한국은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가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라오스와 2차전서 화끈한 골 잔치를 벌였다. 사진(화성)=옥영화 기자 |
변화의 폭은 컸다. 하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킥오프 휘슬과 함께 맹렬하게 라오스 진영을 넘나드는 태극전사는 ‘설마’의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측면에서 활로를 찾은 공격에 잇달아 골문이 열렸다.
골.골.골. 세리머니하기에도 바빴다. 더 바빴던 건 라오스의 골키퍼.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석현준과 충돌로 쓰러지며 일진이 사납더니 정신없이 90분을 보내야 했다.
이청용이 전반 9분 선취골을 기록했다. 홍철(수원)이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었다. 3분 뒤에는 손흥민이 세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에도 도우미는 홍철. 왼쪽 측면 라인 맨 앞까지 넘나드는 오버래핑이 빛났다.
전반 24분과 전반 27분 정우영(빗셀 고베)의 연속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추기까지 했다. 정우영의 아쉬움은 권창훈이 3분 뒤 대신 풀어줬다.
2010년 9월 7일 이란전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단 석현준도 후반 12분 마무리를 지었다. 골 폭죽은 멈춤이 없었다. 후반 29분과 후반 30분, 후반 45분 손흥민과 권창훈이 골을 더했다.
기록의 날이었다. 이청용은 2013년 11월 15일 스위스전 결승골 이후 657일 만에 골 맛을 봤다. A매치 7호 골.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헤딩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45분 A매치 첫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슈틸리케호에서만 5.6,7호 골. 부상으로 낙마한 이정협(4골·상주)을 제치고 슈틸리케호 최다 득점자가 됐다.
권창훈과 석현준은 A매치 4경기와 2경기 만에 마수걸이 골을 터뜨렸다. 김진수(호펜하임)를 대신해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홍철은 8번째 A매치에서 도움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 한국은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가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라오스와 2차전서 화끈한 골 잔치를 벌였다. 사진(화성)=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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