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돔구장인 고척돔의 개장이 눈앞이다. 오랫동안 한국 야구가 얼마나 돔구장에 대한 소망과 기대가 컸었는지 그 기원의 날들을 생각하면 벅찬 감동으로 다가올 일인데, 시행착오가 되풀이됐던 좌충우돌 건설 과정과 그 결과로 남은 막대한 투입 비용, 이래저래 꼬여버린 운영권 협상으로 걱정과 한탄이 더 많이 들리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일단 돔구장은 오픈한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외딴 곳에. 이제 돔구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엄청난 과제가 던져졌다.
↑ 고척돔은 공격적이고 치밀한 아이디어로 운영돼야 한다. 사진은 고척돔의 홈플레이트 뒤쪽 극장식 좌석으로 채워진 프리미엄 관중석. 사진(고척돔)=천정환 기자 |
프로야구단을 유치하더라도 홈경기와 시범경기 등으로 보장될 경기일수는 80여일에 불과하다. 나머지 날들을 채울 다양한 이벤트, 문화행사와 유료경기에 대한 폭넓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돔구장이 없던 우리에게 야구는 계절 스포츠였다.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이 우리가 즐기는 그해의 마지막 야구인 때가 많았다. 돔구장에서는 ‘겨울야구’의 가능성이 열린다. 색다른 이벤트 매치를 마련할 수도 있고, 오프시즌에 펼쳐지는 국제경기를 유치하기도 쉬워진다.
내부 공간을 채울 수익시설과 편의공간이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답게 꾸며질 수 있는가는 돔구장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요소다. 10개 구단이 내놓고 있는 다양한 머천다이즈에 보태 돔구장만의 특별하고 세련된 상품을 기획하고 내놓거나, 독특한 특징이 있는 차별화된 먹거리, 혹은 식당을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구장에 없는 시설, 혹은 공간에 대한 창의력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의 훈련장 간 이동 동선의 일부를 관중들이 가까이 볼 수 있는 구간으로 설계하면서 일종의 ‘믹스트존(mixed zone)’을 설치하는 등의 통념을 깨는 공간 아이디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고척돔 만의 특별함, 어디에도 없는 매력을 어필하면서 ‘불편하다’ ‘멀다’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 단어들을 ‘가보고 싶다’ ‘재미있다’ 등의 끌리는 이미지 단어로 바꾸어 내야 한다.
↑ 플로리다의 자연과 특성을 강조하는 인테리어, 공간설계가 독특한 ML의 돔구장 말린스파크는 홈플레이트 뒤쪽의 백스톱을 수족관으로 꾸며 아름답고 시원한 말린스파크만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사진은 지난 4일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뉴욕 메츠전에서 마이애미의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연장 11회 끝내기 득점을 올리고 있는 모습. 사진(미 마이애미)=ⓒAFPB |
풀사이드 바를 갖춘 나이트클럽과 버블헤드 박물관 등이 입주해있는 말린스파크는 독창적인 조각품과 미술품을 활용한 구석구석 아름다운 인테리어로도 유명하다.
길쭉한 플로리다주의 생김새와 중산층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생각할 때 그쪽도 돔구장의 위치가 썩 좋은 편은 못된다. 그런데 파크를 오픈한 이후 한동안 구단 직원 한명 한명이 플로리다 곳곳을 찾아다니는 소위 ‘대인 영업’을 했다. 또 멀리서 찾아오는 관객일수록 입장료를 깎아주는 특별한 할인티켓 상품을 기획하기도 하는 등, 접근성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열성적인 노력을 했다.
지금 우리에게 고척돔 운영은 어쩔 수 없이 ‘핸디캡 매치’가 된 양상이다. 충분한 소신 없던 초기 설계와 그래서 누덕누덕 바꿔댔던 건설 과정의 결과, 비싸고 불리한 여건의 돔구장이 탄생하고 말았다.
그러나 벌어진 일에 대한 반성과는 별개로 앞으로 해내야 할 일에 대한 치밀하고 똑똑한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는 돔구장을 스마트하게 짓지 못했다. 하지만 반드시 스마트하게 활용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