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윤진만 기자] ‘수고공저’의 시대다. 요즈음 K리그는 수비가 공격 위에 있는 듯하다. 과거 대비 개인 득점 기록이 내림세여서 그런 인상을 받는다.
지난해 산토스(수원 삼성)는 리그에서 14골을 넣고 정상에 올랐다. 2012시즌엔 31골, 2011시즌엔 24골이었다. 지난해 두 자릿수 득점자는 아홉뿐. K리그 클래식과 경기수(38경기)가 같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23명을 배출한 것과 비교된다.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30라운드 현재 득점 선두 에두(외 3인) 기록이 11골이다. 2위 아드리아노(서울)가 남은 8경기에서 1골 이상씩 넣어야 20골에 근접한다.
리그를 평정하던 ‘괴물’ 공격수가 왜 사라진 걸까. 리그에 적응했던 정상급 외인 선수의 부재, 각 소속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 그리고 승점 관리를 위한 수비 위주 전술의 유행이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 7시즌 연속 시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이동국.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공격수들은 한 시즌 대량 득점은 물론이요, 매 시즌 지속적해서 일정량 이상 득점하는 건 더더욱 어려워졌다. 중거리, 헤더, 페널티킥, 프리킥 등 골에 관한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추고, 한 시즌을 큰 부상 없이 소화하는 ‘시즌 체력’을 유지해야 꾸준하단 평가를 받는다.
이동국이 12일 수립한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은 대단하단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올해 나이 서른여섯이다. 서른 살부터 기록을 써내려갔다는 거다. 점점 노장이 되는데 골 감각만큼은 무뎌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테다. 서울전에서 기록한 10호골도 골키퍼 김용대의 가랑이 사이로 정확하게 차 넣은 골이었다.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은 데얀(2007~2013)이 두 해 먼저 달성했다. 하지만 한 클럽에서 7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넣은 건 이동국이 유일하다. 앞으로도 삼십 대에만 기록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로 오랜 기간 남을 것도 유력해 보인다.
프리미어리그에선 14-15시즌 도중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 최초로 11시즌 연속 10골 이상을 기록, 티에리 앙리(전 아스널)와 프랭크 램파드(전 첼시)의 10시즌을 경신했다.
루니는 데뷔 초부터 꾸준한 득점력을 발휘하고, 부상과 이적 파동, 컨디션 난조와 같은 악재 속에서도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상급 공격수로서의 기량을 유지했기에 램파드를 뛰어넘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득점 기록(50골)을 경신한 것도 이 꾸준함과 직결한다.
↑ 이동국의 골은 전북의 1강을 이끈 동력이다. 사진=MK스포츠 DB |
큰 부상, 프리미어리그 적응 실패와 같은 고초를 겪은 이동국도 최강희 감독과의 만남을 계기로 골잡이로서의 본능을 되찾았다. 수비 전술이 강세를 보여 점점 더 골을 넣기 어려워졌지만, 한 번 기세 탄 이동국을 막을 장애물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영화 속 슈퍼맨은 한결같은 마음가짐으로 약자를 보살핀다. 필요로 할 때 어디선가 나타난다. 이동국은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며 골로 즐거움을 주는 전북의 슈퍼맨이다.
○ 이동국 최
2009년 29경기 21골
2010년 28경기 12골
2011년 29경기 16골
2012년 40경기 26골
2013년 30경기 13골
2014년 31경기 13골
2015년 26경기 10골
(* 2015년 9월 12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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