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드디어 국내 최초의 돔야구장 ‘고척스카이돔’이 베일을 벗었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 뒤 7년 만에 완공됐다. 무려 1948억원이 투입된 돔구장이다. 세계 첫 돔구장인 미국 휴스턴의 애스트로돔이 개장한 지 50년, 일본 최초 도쿄돔의 문이 열린 지 27년 만에 한국도 돔구장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서울대 야구부와 여자야구대표팀의 경기가 열린 15일은 명실상부한 야구 강국의 구색을 갖춘 역사적인 날이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스카이돔. 서울지하철 1호선 구일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웅장한 건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야구공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은빛 유선형의 고척돔이다. 외관은 수려하다. 주로 야간에 열리는 야구 경기 시간을 고려하면 랜드마크로서 손색이 없다.
↑ 지난 15일 베일을 벗은 국내 최초 돔야구장인 고척스카이돔. 사진=김영구 기자 |
돔구장의 특성상 지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소음은 차단하면서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투명차음막이 설치됐다. 낮에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밝다. 경기 진행이 가능한 수준의 채광인지는 시범 운행을 해본 뒤 재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여름철에는 26∼28도, 겨울철에는 18∼20도의 온도가 유지된다고 한다.
안전시설도 완비됐다. 야구장 위쪽에는 불꽃감지기, 4층 관람석 끝에는 분당 1.3t의 물이 50m까지 도달할 수 있는 방수총이 설치됐다. 갑자기 날아오는 파울볼 등으로부터 관중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그물망도 기존 망보다 얇은 고강도 섬유망을 사용, 마치 그물망이 없는 것처럼 제작했다. 특히 펜스에는 메이저리그 규정인 7cm보다 두꺼운 15cm 두께의 보호패드를 적용했다. 선수보호를 위해 가장 반가운 장치다.
↑ 서울시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돔구장 전용 인조잔디와 메이저리그 전용 흙을 깔았다고 자평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젠 편의성을 보자. 몇 가지 문제점이 노출됐다. 과연 선수와 팬 친화적 설계인지 의심스러운 부분도 보였다.
고척돔은 총 1만8076명을 수용할 수 있다. 내야석은 1만1657석, 내야 테이블석이 524석이다. 외야는 5314석, 회전형 장애인 38석, 스카이박스 216석, 다이아몬드석은 304석이다. 서울시에서 자랑하는 좌석은 스카이박스와 다이아몬드석이다. 포수석과 불과 14m 떨어진 거리에서 편안한 가죽시트에 앉아 생생한 관람이 가능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가장 비싼 자리에 앉는 팬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외야 관중석으로 눈을 돌리면 편의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빽빽한 좌석 배치로 수용 관중수를 늘리기 위한 무성의가 눈에 띈다. 좌석의 앞뒤 간격도 매우 비좁다. 일단 야구 경기가 시작되면 옆사람 눈치를 보면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할 지경이다. 자칫 앞사람 머리를 쳐 싸움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주의. 사실 메이저리그도 외야 좌석은 비좁다. 굳이 그것까지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맞출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불편하면 비싼 돈을 주고 프리미엄 좌석을 이용하면 된다.
↑ 포수 뒤쪽 관중석에는 극장식 의자에 앉아 경기를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클럽석 등 프리미엄 좌석을 마련했다. 가장 비싼 좌석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
고척돔의 위치상 최대 걱정거리는 교통과 주차난이다. 고척돔 내부에 마련된 총 주차공간은 492면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차를 하려면 미리미리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서울시는 “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외부 임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주차 대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당장 해결책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척돔 주변 상습정체구간의 교통체증까지 줄일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구일역을 이용해서 열심히 걸으면 된다. 일반인 기준 10~15분 정도 운동 삼아 걸으면 고척돔에 도착 가능하다. 서울시는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내년 3월경 직행 통로를 설치할 계획이다.
고척돔은 국내 최초의 돔구장이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수 있을지 결정된 사항도 없다.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는 고척돔 이전과 관련해 협상 난항을 겪고 있다.
분명한 것은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는 것. 고척돔이 애물단지가 돼서는 안 된다. 1948억원의 몸값을 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양보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 7년 만에 공개된 고척스카이돔의 내부 전경. 사진=김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