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윤진만 기자] 모든 일에는 징후란 것이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첼시를 보자. 정상급 골키퍼 페트르 체흐를 라이벌 팀에 보내고, 감독과 팀 닥터가 다퉜으며, 원하던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다. 믿었던 선수 몇몇이 부진하자 강등권에 머물고 있다.
전북에도 이상 징후가 있었다. 부산 아이파크와의 K리그 24라운드부터 승과 패를 반복하는 퐁당퐁당 전적은 전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걸 뜻했다. 이동국의 두 달 넘은 골 침묵은 남의 집 잔치 구경하듯 할 일이 아니었다. 이동국의 부진과 맞물려 전북의 고유 브랜드인 ‘닥공’이 경기장 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적 시장이 끝난 마당에 닥공 부활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누구보다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을 전북 최강희 감독은 위기 타파용으로 12일 FC 서울전과 16일 감바 오사카전에서 변칙 전술을 꺼냈다. 우측면 수비수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어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묶는 전략이었다.
↑ 전북은 부진과 위기 사이의 어딘가에 놓여있는 것 같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최강희 감독 입장에선 그 외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서울전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경기 하겠다”고 했으나 팀 내부 상황을 보고는, 감바와의 8강 1차전에서도 에이스 우사미를 꽁꽁 묶은 최철순 카드를 다시 꺼낸 것으로 보인다. 이재성의 체력 고갈과 최근 4~5경기 공격진의 불협화음 때문에 정상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서울전도 3-0 스코어에 어울리지 않게 공격적으로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변칙 전술을 두 달 사이에 세 번이나 가동한 건 정면 대결을 피할 수밖에 없는 팀의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FC 바르셀로나가 센터백 카를로스 푸욜을 측면 수비수로 기용하여 웨인 루니를 묶은 것처럼, 팀이 안정적일 때 사용하는 변칙 전술은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의 경우는 부작용만 낳는다. 지금 전북 상황이 꼭 그렇다.
최강희 감독은 최용수 서울 감독에 의해 전북이 ‘1강’으로 지목된 이후에 ‘1강’ 얘기만 나오면 우리도 어렵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당시에는 그 말을 배부른 자의 투정쯤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는데, 지금 만약 ‘어렵다’고 한다면 그 말은 진심으로 들릴 것 같다. 단순히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최근 흐름을 볼 때 팀이 완곡한 하락세에 놓인 것 같아서다.
어쩌면 이 징후는 지난 7월 에두의 중국 리그 이적 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에두만 믿던 전북은 급하게 대체 공격수를 영입해야 했고, 아직 그 대체 공격수를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 새로 데려온 루이스와 이근호도 계속해서 기다림을 요구하는 중. 이재성까지 대표 발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되면서 최강희 감독의 여유는 차츰차츰 사라지고 있다.
감바전에서 막판 15분 동안 2골을 내주며 무너진 것은 감바가 객관적인 전력이 더 나은 팀이라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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