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1선발 카드 대결(로저스vs밴헤켄)의 승자는 한화였다. 그 다음에 꺼낼 카드는 뻔했다. 2선발이었다. 평균자책점 4.41(피어밴드)과 5.00(탈보트)의 싸움. 그러나 넥센과 한화가 두 번째로 믿을 수 있는 투수들이었다.
변수는 있다. 매우 높은 평균자책점에서 드러내듯 언제든지 폭발할지 모를 폭탄이 될 수도 있었다. 하루 전날 로저스의 완봉승으로 표정이 밝아진 김성근 감독은 탈보트에 대해서도 “오늘 (잘)해주지 않겠느냐. 잘 버텨줬으면 한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탈보트는 그 믿음에 부응했다. 그러나 피어밴드는 또 대량 실점이었다.
↑ 한화의 탈보트는 26일 대전 넥센전에 선발 등판해 눈부신 역투를 펼쳤다. 사진(대전)=곽혜미 기자 |
탈보트는 4사구가 6개였다. 5회를 빼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피안타는 딱 1개. 1회 2사 1,2루-2회 1사 3루의 위기도 가볍게 넘겼다. 위기마다 그의 몸쪽 속구와 예리한 체인지업이 빛났다. 바깥쪽 속구로 허를 찌르기도 했다. 삼진 퍼레이드(총 8개·시즌 최다 타이)였다. 로저스가 이틀 연속 등판한 듯 했다. 완벽한 투구였다.
로저스가 전날 홀로 마운드를 지켰으나 한화의 불펜은 예전에 비해 신뢰도가 떨어졌다. 탈보트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초반 투구수는 그리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닝당 투구수도 점점 줄었다. 김 감독의 바람대로 탈보트는 6회는 물론 7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갈 때 대전구장에는 기립박수와 함께 함성이 쏟아졌다.
투구수 117개(스트라이크 60개-볼 47개). 6⅓이닝 1피안타 5볼넷 1사구 8탈삼진 무실점. 지난 5월 28일 대전 KIA(6⅔이닝)전 및 지난 6월 26일 문학 SK전(6⅔이닝)에 이은 시즌 세 번째 무실점 투구였다.
피어밴드의 컨디션이 나쁜 건 아니었다. 2회 선제 실점도 신성현의 적시타는 빗맞았다. 피어밴드에겐 불운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집중력 높아진 한화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3회 1사 이후 3번 김경언부터 9번 신성현까지 7타자를 잇달아 출루시켰다. 안타 혹은 4구였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펀치’에 정신을 못 차렸다. 신성현의 스퀴즈에 허를 찔린 데다 송구마저 어이없게 빗나갔다.
↑ 넥센의 피어밴드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대량 실점을 하며 5회 도중 강판됐다. 사진(대전)=곽혜미 기자 |
피어밴드는 5회에도 안타-폭투-안타로 추가 실점을 한 뒤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4이닝 10피안타 3볼넷 1사구 8실점(7자책). 지난 8월 7일 잠실 두산전(3이닝 7실점 5자책) 이후 최소 이닝이자 최다 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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