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전 세계 군인들끼리 총을 놓고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전쟁이 아니라 군인들끼리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는 자리다.
육(陸)·해(海)·공(空)을 넘나드는 지구촌 군인들의 스포츠 축제 ‘2015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2일 경북 문경에서 개막한다. 11일까지 포항, 김천, 안동, 영주, 영천, 상주, 예천 등 8개 시·도에서 열흘간의 일정으로 치러진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 주관으로 4년 마다 열리는 ‘군인 올림픽’이다. 지난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제1회 대회가 치러진 뒤 올해가 6회째다. 84개국에서 4017명이 참여했던 첫 대회 이후 참가국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는 120여개국 7500여명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278명(남자 227명, 여자 51명)이 참가해 종합 3위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군인 대회인만큼 군에 특화된 이색 종목이 눈에 띈다. 육군 5종, 공군 5종, 해군 5종, 오리엔티어링, 고공강하 등 5개 군사 종목이 함께 치러진다. 육군 5종의 경우 엎드려 쏴(복사) 자세에서 10분 동안 10발을 300m 거리의 전자표적에 사격하는 소총사격종목이 있는가 하면, 수류탄 모양의 투사물을 이용해 표적에 정확히 던지거나 멀리 던지는 수류탄 투척 경기도 열린다. 낙하산을 통한 적진 침투를 가상해 지상 1만 피트에서 뛰어내리는 고공강하 경기도 이색적이다. 목표지점에 얼마나 가깝게 착지하느냐 여부나 턴(횡면 360도 회전)과 루프(종면 360도 회전)를 공중에서 얼마나 빠르게 해결하는지 여부로 종목을 나눠 평가한다.
물론 군 복무 중인 스포츠 스타의 활약도 지켜볼 수 있다. 홈팀 한국 대표팀에는 올리 슈틸리케 감독의 남자로 떠오른 이정협(상무)이 있다. 병장으로 전역을 앞둔 이정협은 안면복합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음에도 군 생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대회 참가를 결심했다. 지난 4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사상 최초로 군인 신분으로 우승한 허인회 일병도 눈여겨 볼 만하다. 또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음빛나(24) 중사, 여자 축구대표팀 사상 첫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 권하늘 중사도 대회에 참가한다.
해외 스타들도 눈에 들어온다. 수영 출전하는 중국의 닝쩌타오(22)는 중국 인민해방군 소위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4관왕(남자 자유형 50m·100m·혼계영 400m·계영 400m)을 차지하면서 중국 차세대 수영 스타로 떠올랐다.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탈리아 공군 상병 마우로 네스폴리(28), 2013년 레슬링 세계선수권대회 그레코로만형 남자 96㎏급 금메달리스트 러시아 육군 중위 니키타 멜니코프(28
더욱이 이번 대회는 선수촌을 캠핑카로 쓰는 카라반(이동식 숙소)을 만들어 예산을 절감하는 등 외적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 군인들이 무기를 놓고 땀으로만 겨루는 승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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