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목동) 이상철 기자] 2015년도 넥센의 가을야구는 14일 조기 종료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은 일찍 짐을 쌌다. 두산을 제물로 기적을 꿈꿨지만 오히려 두산 기적의 희생양이 됐다. 2년 전 패배에 대한 설욕을 다짐했건만, 넥센은 고개를 숙였다. 두산을 울리고 싶었으나 두산에 또 울었다.
2년 전 박병호의 5차전 9회 동점 홈런 속에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펼쳤던 넥센과 두산이다. 하지만 그 힘겨루기는 2년 후 일방적으로 기울었다. 넥센은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정규시즌에서 8승 8패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으나 포스트시즌은 달랐다. 팽팽할 것이라는 전망은 깨졌다. 넥센 탈락의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1차전 조상우의 48구였다.
↑ 넥센의 조상우가 14일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4차전에서 9-5로 앞선 9회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으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상우는 지난 10일 1차전에서 48개의 공을 던졌고, 결과적으로 불펜 운용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목동)=곽혜미 기자 |
지난 7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9개의 공을 던졌던 조상우는 사흘 간격으로 투구수가 너무 많았다. 이 여파는 컸다. 넥센은 이튿날 2차전에서 5회 투수를 교체했다. 피어밴드가 탈삼진 7개를 잡았지만 4회를 끝으로 강판했다(101구). 1회에만 투구수가 40개였다. 염 감독은 “피어밴드가 많이 힘들어했다”라며 투수 교체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택한 건 하영민이었다. 그러나 하영민은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넥센은 결국 이 위기에서 결승 실점을 했다. 조상우를 쓸 계획이었지만, 전날 48구 탓에 2이닝(8회 등판)이 아닌 1이닝(9회 등판)이었다. 결과적으로 2-3으로 뒤지면서 조상우가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었다.
또 다른 필승조인 한현희가 두산의 좌타 라인에 유난히 약했기에 넥센 불펜의 활용 폭은 좁았다. 조상우의 역할이 컸다. 염 감독은 “(조)상우가 1차전에서 48개의 공을 던질 줄 누가 알았을까. 2이닝에 30개 이하 투구였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만약 조상우를 2이닝 정도 맡길 수 있었다면)5회 곧바로 손승락을 내세웠을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넥센의 조상우 운영 계획은 계속 꼬였다. 그리고 1,2차전의 패배는 넥센을 옥죄였다. 3차전에서 밴헤켄의 환상적인 투구로 반격의 시작을 알렸지만 불안 요소가 있었다. 쓰고 싶지 않았던 조상우의 8회 등판.
조상우는 5-2로 쫓긴 가운데 8회 2사 2,3루에 등장해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6타자를 상대로 안타 2개를 맞았다. 오재일의 사구 오심 행운도 따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달리 준플레이오프에서 깔끔한 마무리와는 거리가 있었다.
염 감독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다. 염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조)상우가 지난 등판(1차전)에서 좋지 않았던 걸 털고, 새로운 기분으로 시리즈를 끌고 가는 방향으로 택했다”라고 말했다.
조상우는 무실점 세이브와 함께 올해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을 1.42(6⅓이닝 1실점)까지 낮췄다. 하지만 피안타가 5개였으며, 4사구는 무려 7개였다. 또한, 3차전에서 23개의 공을 던지며 일주일간 투구수가 120개에 이르렀다.
조상우는 3차전을 앞두고 “힘들지 않다. 남는 게 체력이다. 투구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많은 투구수는 22세의 젊은 투수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구위 하락도 있지만, 두산 타자들에게 눈에 익기 시작했다. 그들은 조상우의 공을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점점 생겼다.
누적된 피로 속에 조상우는 14일 4차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9-2로 앞선 6회까지만 해도 등판 계획은 없었다. 그러나 두산의 매서운 반격이 펼쳐지면서 9회 구원 등판했다. 1사 1,3루로 넥센은 정말 조상우의 ‘구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쳤다. 이날 조상우의 21구는 두산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안타 혹은 볼넷. 여기에 폭투까지 범했다. 5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으며 4실점(3자책)을 했다. 위태롭게 보였던 조상우의 붕괴였다. ‘리버스 스윕’을 꿈꿨던 넥센의 희망도 허무하게 사라졌다.
조상우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5일 동안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 나가 92개의 공을 던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여파까지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투구수(141구)였다. 결국 탈이 났고,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 넥센의 조상우가 14일 준플레이오프 두산과 4차전에서 9-5로 앞선 9회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1개도 못 잡으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조상우는 지난 10일 1차전에서 48개의 공을 던졌고, 결과적으로 불펜 운용에 영향을 끼쳤다. 사진(목동)=곽혜미 기자 |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선발투수 4명과 불펜 7명 등 총 11명의 투수를 활용했다.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 가운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투수는 없었다. 100% 활용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