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에이스는 정녕 위대했다.
현대야구서 1명의 에이스가 여전히,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34)가 증명했다.
니퍼트는 22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쳐 팀의 7-0,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 전까지 시리즈 벼랑 끝에 몰렸던 두산은 2승2패로 균형을 맞추며 PO 승부를 5차전으로 끌고갔다.
포스트시즌 17이닝 연속 무실점의 완벽투다. 지난 10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6회2사부터 포스트시즌 3경기서 17⅓이닝 동안 단 1실점도 하지 않으면서 포스트시즌 에이스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 에이스는 위대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니퍼트의 이날 투구가 많은 에이스들도 실패했던 3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니퍼트는 19일 114구를 던지며 완봉투를 했다. 완봉은 일반적인 투구보다 투수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더 하다는 점에서, 이날 니퍼트의 피로도는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고구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는 여전했다. 최고구속이 무려 154km가 나왔다. 지난 1차전 153km보다 오히려 더 올라간 수치. 적어도 이날 투구에서만큼은 피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거기에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제구와 변화구 구사까지 무엇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총 투구수 86구 중에 스트라이크가 58구, 볼이 28구였을 정도로 스트라이크-볼 비율까지 완벽했다.
사실 투수 1명에게 포스트시즌의 모든 명운을 거는 이런 시스템은 최근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 시도조차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 마운드 분업화가 확실히 이뤄지면서 시리즈 승부가 벼랑끝에 몰리더라도 ‘벌떼 작전’이 주로 채택됐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선택은 니퍼트였다. 니퍼트 스스로도 강한 책임감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21일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는 니퍼트와 면담을 했다. 니퍼트는 “내일 던질 수 있다”는 흔쾌한 자청으로 기꺼이 4차전 벼랑 끝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썼다. 그리고 이겼다.
↑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4,5,6,7회는 4연속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마쳤다. 특히 압권은 7회였다. 경기
타선도 터졌지만, 그야말로 니퍼트가 모든 것을 책임진 완벽한 하루였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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