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이상철 기자] 5년째 1등을 놓치지 않은 삼성은 최강이었다. 과거형이다. 5년째 수재 소리를 듣고 있지만, 마지막 시험을 앞둔 현재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여기저기가 쑤신다. 정신적으로도 피로하다.
혹자는 삼성의 우승에 제동이 걸 기회라고 표현한다. 삼성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던 3주 전보다 약해졌다.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의 윤성혼, 안지만, 임창용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팀 내 최다 승리(윤성환), 홀드(안지만), 세이브(임창용)를 기록한 주축 투수 3명이 빠졌으니 정상 전력은 아니다. 제 아무리 다른 자원이 있다 해도 약해진 건 분명하다.
두산에겐 기회다. 두산은 2년 전 다 잡은 우승을 놓쳤던 한을 품고 있다. 이를 풀 순간이 찾아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모든 지도자가 1등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좋은 경기를 해서 그런지 ‘미라클 두산’이라는 표현을 써주는 것 같다. 그 소리를 끝까지 듣고 싶다. 열심히 한다면 또 한 번 ‘미라클 두산’이 되지 않겠나”라며 2년 전과 다른 해피엔딩을 꿈꾸고 있다.
↑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인 유희관은 삼성의 중심타선을 경계했다. 그 가운데 나바로와 최형우(사진)를 주요 경계선수로 꼽았다. 사진=MK스포츠 DB |
류중일 감독은 선발야구로 돌파구를 찾겠다고 했다. 피가로, 장원삼, 클로이드 등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책임지게 해 불펜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삼성 선발투수의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이닝은 피가로 6⅔이닝, 클로이드 5⅔이닝, 장원삼 5⅓이닝으로 아주 길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누군가 일찍 무너진다면? 삼성 입장에서 일어나선 안 되지만 일어나지 말라는 것도 없다.
주장 박석민은 5차전 이내 우승을 확정 짓겠다고 자신했다. 실전 감각이 문제지만 1,2차전에 술술 잘 풀리며 생각보다 빨리 시리즈를 종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렇기 위해 1차전 서발투수 피가로와 2차전 선발투수로 예상되는 장원삼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그들이 잘 던질 수 있도록 하는 건 야수들의 수비, 그리고 공격이다.
삼성의 현실적인 돌파구는 ‘멀쩡한’ 타선이다. 삼성은 팀 타율이 3할2리로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3할을 넘었다. 안타 1위(1515), 2루타 3위(259), 3루타 2위(25), 홈런 3위(176), 타점 2위(850), 득점 2위(897) 등 공격 전 부문 상위권에 올라있다. 투타 조화를 이뤘으나 마운드에 누수가 생긴만큼 더욱 도드라지는 타선이다.
때문에 삼성의 공격에 보다 초점이 모아진다. 타선의 뇌관이 터지지 않고서는 5연패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줄을 잇는다. 어느 때보다 타자들이 힘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 타선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의기투합했다.
박석민은 “타자들이 잘 해 많은 점수를 얻어야 투수들이 보다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타자들이 투수들이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라며 “내가 가장 큰 문제인데 나부터 잘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구자욱도 “첫 한국시리즈다. 실전 감각 회복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가을잔치라는 표현처럼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지 최대한 수행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류 감독이 밝혔듯, 한국시리즈는 분위기 싸움이다. 그 흐름이 중요하다. 도장 깨기로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두산은 뜨겁고, 그 과정을 지켜봤던 삼성은 차분하다. 일단 두산의 기부터 눌러야 한다.
현재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때리기’다. 삼성은 올해 다섯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