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가장 고른 샷 능력을 보인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평균타수, 상금, 대상, 다승 등 ‘4관왕’을 눈앞에 둔 ‘대세’ 전인지(21·하이트진로)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과연 그럴까.
KLPGA가 산정하는 기록 중에 ‘종합 능력 지수’라는 게 있다. 평균타수, 평균 퍼팅, 이글수, 평균 버디, 벙커 세이브율, 그린 적중율, 드라이브 거리, 페어웨이 안착율 등 주요 샷 기술 8가지 항목 ‘순위’에다 참가 대회수를 더한 수치를 서열화한 것이다. 이 수치가 적을 수록 모든 항목에서 가장 고른 기량을 과시한 선수가 되는 셈이다.
전인지는 과연 몇위나 했을까. 예상과 달리 그는 종합 능력 지수에서 181점을 받아 4위에 머물렀다. 당연히 평균타수는 1위(1점)다. 평균 버디는 박성현에 이어 2위(2점), 그리고 그린 적중율도 배선우에 이어 2위(2점)에 올라 있다. 드라이브 거리(11위)나 평균 퍼팅(9위)도 뛰어나다. 그럼 무엇이 전인지 순위를 갉아 먹었을까.
바로 벙커샷이다. 그의 벙커 세이브율은 25%로 무려 120위로 밀려 있다. 네번 벙커에 들어 갔다면 그중 한번만 파세이브하고, 나머지 세번은 보기 이상을 쳤다는 얘기다. 그가 받은 181점 중에서 무려 120점이 벙커샷 탓에 소모된 것이다. 내년 전인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치명적 약점’이 된 벙커샷 능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럼 상금 2위 박성현(22·넵스)의 종합 능력 지수는 어떨까.
박성현은 전체 8개 항목 중 무려 3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드라이브 거리와 평균 버디 그리고 이글수에서다. ‘장타 3항목’이 모두 그의 몫이다. 하지만 장타자의 치명적인 약점을 박성현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는 모양이다. 바로 페어웨이 안착율이 박성현의 아킬레스건이다. 65.97%로 전체 124명 중 124위, 즉 꼴찌다.
박성현에게는 또 다른 치명적 약점이 하나 더 있다. 좀처럼 장타자와는 친하기 힘든 퍼팅이다. 라운드 당 31.22개로 85위로 처져 있다. 이 두 부문에서만 214점을 잃은 박성현은 총 245점으로 종합 능력 지수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 아니면 모’식의 닥공(닥치고 공격)골프 진면목을 이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래서 ‘인간적인(?)’ 박성현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은 지도 모른다.
벙커 세이브율에서 믿기지 않는 확률(81.2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민이 종합능력지수 3위(148점)다. 5개 항목에서 10위 이내에 들었지만 박성현과 비슷한 이유(평균 퍼팅 38위, 페어웨이 안착률 57위, 이글수 34위)로 3위에 머물러 있다.
종합능력지수 2위는 그다지 흠없는 골프를 구사하는 고진영이다. ‘정교한 장타(페어웨이 안착율 1위, 드라이브 거리 21위)’를 치는 고진영은 아이언샷과 퍼팅에서도 고른 기량으로 139점을 얻었다.
특별한 약점 없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는 다소 예상 못한 인물일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을 뽑으라면 먼저‘장타’가 떠오르는 ‘키다리 골퍼(175㎝)’ 김민선이다. 장타자(드라이브 거리 2위)이면서도 박성현과 다른 점은 29위(약 77%)에 올라 있는 페어웨이 안착율이다. 최대 약점은 평균 퍼팅(57위)이지만 그다지 치명적이지 않고, 그외 6개 항목에서는 11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종합 능력 지수가 높다는 것은 무한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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