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B조예선 멕시코전)
빠른 공과 ‘다이내믹’한 제구로만 기억했다면, 우린 아직 차우찬(삼성)을 채 알지 못했던 거다. 가장 절박한 승부에서 ‘태극마크 차우찬’은 가장 필요했던 호투로 한국에 1점차 승리를 안겼다.
대만 현지의 이종열 최원호 해설위원(SBS)과 14일의 멕시코전을 돌아봤다. 한국이 목표였던 예선 3승째를 채우고 8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한 4-3의 승전이다. 두자릿수 득점이 폭발하며 타선의 힘을 뽐낸 앞선 2차례 승리(도미니카전, 베네수엘라전)에 이어 타이트한 승부를 지켜내는 마운드의 저력을 입증하면서 ‘8강의 자격’을 어필했다.
↑ 믿고 쓰는 차우찬의 ‘칼제구력’이 14일 멕시코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진(대만)=천정환 기자 |
최위원=5회 올라오자 마자는 마운드 적응에 조금 애를 먹는 듯 했다. 공을 던져가면서 컨트롤을 잡았다. 낮은 공에 스트라이크콜을 얻어낸 이후, 연속해서 그 존으로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통과시키는 완벽한 컨트롤을 보여줬다. 자기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이후의 차우찬은 위력적이었다. 절묘한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얼리는 투수의 모습은 언제 봐도 멋있다.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으로 윽박지르는 모습이 아쉽지 않다.
이위원=들쑥날쑥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투수와 타자, 모두가 힘들었던 경기에서 ‘존’을 찾아내 그 곳을 거푸 공략해냈다. 국내에서 구속에 비해 컨트롤에 아쉬움을 듣던 투수가 맞나 싶다. 스피드건에는 오히려 그렇게 빠른 구속이 찍히지 않았지만, 이날만큼은 ‘면돗날 제구력’이었다.
▲ 정대현에 이은 제2의 ‘중남미의 재앙’ 후보로 떠올랐던 이태양(NC)의 선발 출격이었다.
최위원=1이닝 ‘KKK’의 위력을 떨친 베네수엘라전의 모습은 되풀이되지 못했다. 11점차 리드에서 등판했을 때와 ‘필승’의 특명을 받고 선발 등판했을 때의 스트레스가 같을 수가 없다. 의욕이 앞섰던지 너무 코너워크를 노렸는데 가뜩이나 불규칙했던 구심의 스트라이크존과 겹쳐 좀처럼 유리한 카운트에서 승부하지 못했다. 아직 경험이 많은 투수가 아니어서 긴장도 관리가 어려웠지만, 앞으로 국제 대회에서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투수다.
앞선 두 경기를 타오위안 구장에서 치렀던 한국이 티앤무 구장으로 옮긴 첫 경기였는데, 현장에서 보니 티앤무 구장의 마운드가 좀 톡 튀어 올라와 보였다. 오버핸드 투수들에게 기분 좋을 수 있고, 언더핸드 투수들이 조금 고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봤다.
▲ 박병호가 귀중한 ‘한방’을 터뜨렸다.
이위원=그동안 타이밍이 늦어서 잘 맞히지 못했던 자신의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중심 이동을 빨리 하면서 히팅포인트를 앞쪽으로 당기려는 노력이 보였고, 좋은 홈런을 쳐냈다.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 온 만큼 슬럼프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타자다.
↑ ‘가슴앓이’가 길었던 박병호가 14일 드디어 대회 첫 홈런을 터뜨렸다. 사진(대만)=천정환 기자 |
최위원=4회 이용규가 1루에서 (세이프였는데) 아웃 판정을 받은 것이 안타깝다. 1사 만루에서 클린업타선이 나올 그림이 2사 2,3루로 돌변하고 말았다. 앞선 두 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했고 3회까지 매이닝 점수를 낸 한국 타선이 대량득점의 물꼬를 틀 수 있던 상황이었다. 4회에 넉넉한 리드를 벌렸다면, 멕시코가 먼저 무너지면서 앞선 우리의 2승 경기와 비슷한 흐름을 기대할 만 했다. 타이트한 경기가 되면서 멕시코가 더 힘을 냈고 한점차 살얼음 승부로 고생했다.
이위원=1회 선제 2득점하고 무사 2루의 찬스가 중심타순에 이어졌는데 4,5,6번이 범타로 물러나면서 한점도 추가하지 못했던 출발도 조금 아쉬웠다. 공격은 전체적으로 말린 경기다.
한국 타자들이 당한 패턴이 비슷했다. 산체스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았고 볼카운트가 몰린 뒤의 몸쪽 속구에는 급한 스윙이 나왔다. 주심의 흔들리는 스트라이크존 영향도 있다. 바깥쪽 공에 돌발 스트라이크콜이 나온다는 압박감에 타자들이 빠져나가는 공에도 자꾸 배트를 냈던 것 같다.
▲ 15일의 미국전에서 토너먼트에 진출할 순위가 결정된다.
이위원=미국은 14일 일본에게 2-10으로 패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전력
바로 다음날(16일) 8강전이 열리기 때문에 3연승 한국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도 꼭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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