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최근 2년간 LG 트윈스 외야수 이병규(32·7번)는 최고와 최악을 모두 경험했다. 지난해 커리어 하이를 찍은 뒤 올해 최근 6년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병규가 독기를 품었다. 절치부심이다. 시즌 종료와 함께 다시 방망이를 들었다.
이병규는 지난해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4번 타자로 나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데뷔 이후 최다인 11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6리 16홈런 87타점 66득점을 올렸다. 삼진 78개보다 많은 79개의 사사구를 기록했고, OPS(출루율+장타율) 0.956을 찍었다.
↑ LG 트윈스 이병규(7번)가 2016년 재도약을 위해 절치부심 독기를 품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결국 이병규는 올해 70경기만 소화하며 타율 2할4푼3리 12홈런 35타점 42득점에 그쳤다. 삼진은 데뷔 이후 최다인 83개를 기록했고, 사사구는 46개에 머물렀다. 스스로도 납득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팀 성적도 곤두박질 쳤다. 누구보다 괴로운 것은 이병규였다. 특히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에 더 힘든 시즌이었다.
이병규는 시즌 종료 직후 타격 인스트럭터로 돌아온 잭 한나한의 수업 모범생이었다. 이병규는 후배들과 함께 기본부터 새로 배우며 구슬땀을 흘렸다. 느끼는 점도 많았다. 이병규는 “기술적인 타격보다 정신적으로 배우는 것이 정말 많았다. 타석에 들어설 때 내 마음가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병규는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된 요즘 거르지 않고 잠실구장을 찾고 있다.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웨이트 트레이닝이다. 목적은 두 가지다. 고질적 부상을 겪고 있는 무릎 보강 훈련과 파워를 더 늘리기 위한 벌크업이다. 근육량을 늘린 체중이 2~3kg 불었다. 이병규는 “타격 훈련 때 스윙을 해보면 확실히 예전보다 힘이 더 붙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병규가 비시즌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는 이유는 자책감이다. 올 시즌 성적 부진의 탓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통감했기 때문. “올 시즌 준비도 열심히 했고 주변에서 기대도 많았다. 나도 사실 기대가 많은 시즌이었다. 물론 변명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컨디션이 떨어지고 부상이 왔다. 변명은 하지 않겠다. 나 자신이 약하고 부족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의 신뢰에는 변함이 없다. 양 감독은 “LG의 4번 타자 적임자는 이병규”라고 했다. LG는 외국인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와 재계약을 완료했다. 히메네스는 4번이 아닌 5번 타순에서 LG의 클린업 트리오의 한 축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LG의 4번 타자는 이병규가 맡아야 한다.
이병규도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결과로 보여 주겠다. 내가 부족한 점을 알고 있다.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내년에는 아프지 않고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목표도 언제나 같다. 내가 아닌 팀의 성적이다. “지금 개인 성적이나 목표는 중요하지 않다. 팀 성적이 최우선이다. 팀이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팀에 주어진 타순이나 역할에 맞춰 내 역할을 다하면 LG도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LG의 오랜 숙원 과제는 잃어버린 4번 타자다. 그 자리에 서기 위한 이병규는 독기가 서려 있다.
↑ LG 트윈스의 타격 인스트럭터로 돌아온 잭 한나한의 지도를 받는 이병규(7번). 사진=정일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