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서민교 기자] 지난 1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의 4라운드 맞대결. 3쿼터 막판 관중석에서 오물을 투척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심판의 테크니컬 파울. 경기장에서 쫓겨난 한 관중의 몰상식한 행동은 이유를 막론하고 잘못됐다. 그런데 두 차례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한 심판의 판정은 과연 정당했는지 의문점이 남는다.
모비스가 45-56으로 뒤진 3쿼터 종료 1분15초 전. 박범재 심판이 커스버트 빅터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빅터는 모비스 벤치를 향해 황당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때 관중석에서 코트로 우유팩이 날아들었다. 경기는 한동안 지연됐다.
↑ 17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서울 삼성 경기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울산)=김영구 기자 |
유 감독은 “빅터가 자신에게 혼잣말을 했는데, 왜 파울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주장을 통해 설명을 들었는데 ‘빅터가 심판을 향해 비아냥거렸다’는 것이 테크니컬 파울을 준 이유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실은 알 수 없다. 빅터와 심판 사이에 오해일 수 있다. 또 빅터가 실제로 심판이 들리도록 비아냥거렸을 수도 있다. 심판이 판단했을 때 항의성 발언이라면 테크니컬 파울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쉬운 것은 심판 콜이 나온 타이밍이다. 빅터가 하프코트를 지나 모비스 벤치 앞까지 갔을 때 뒤늦게 휘슬을 불고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한 박자 늦은 콜이었다.
첫 번째 테크니컬 파울은 익숙한(?) 판정 논란이다. 하지만 유 감독에게 주어진 두 번째 테크니컬 파울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유 감독은 주장 양동근에게 설명을 들은 뒤 다시 양동근을 심판에게 보냈다. 유 감독은 격앙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심판을 향한 직접적인 항의는 없었다. 주장을 통해 규정을 지켰다.
유 감독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어서 다시 물어보라고 했다.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나도 선수한테 ‘그러지 마라’라고 이야기를 할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유 감독이 받은 것은 심판의 구체적인 설명이 아닌 벤치 테크니컬 파울이었다. 심판이 모든 것을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경기가 지연된 어수선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설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
결국 유 감독은 자신이 받은 테크니컬 파울의 이유를 모른 채 경기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나도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도 주장을 심판에게 보두 번 보내서 그런 것 같다”라고만 추측했다.
과연 이 상황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농구연맹(KBL)에 문의했다. 현장에 없던 이재민 KBL 경기본부장도 TV 중계를 통해 이 장면을 봤다. 아직 경기감독관이나 심판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기 전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의 상황이 테크니컬 파울을 받을 수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민 경기본부장은 “시즌 전에 감독들에게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는 주장을 통해 짧게 항의하도록 했다. 또 같은 내용의 항의를 수차례 했을 경우 테크니컬 파울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도 했다. 하지만 항의의 횟수가 2번이나 3번 이상 등 정해놓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경기본부장은 “이 경기는 지연된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 심판의 재량에 의해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내일 이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아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횟수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라고
이날 모비스는 경기 막판 추격에 나섰으나 72-73으로 졌다. 1점차 패배. 모비스는 테크니컬 파울로 문태영에게 자유투 2개를 허용했다. 문태영은 모두 성공시켰다. 결과적으로 두 차례 애매한 테크니컬 파울이 승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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