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자리는 하나지만 경쟁자는 넘친다. 2016년에도 각 팀의 에이스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 KBO 대표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소속팀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이 먼저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은 KBO리그 주전경쟁. 오늘에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된다. 10개 구단의 각 팀별 불꽃 튀는 포지션별 경쟁구도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사라진 30SV 카드, 그리고 원점
결국 원점이다. 급한 불을 껐으나 1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했을 따름이다. KIA 타이거즈는 또 마무리투수를 찾고 있다. 전문 마무리투수(어센시오)를 영입한 2014년을 빼고는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고 있는 그림이다.
KIA는 지난해 모처럼 뒷문 걱정이 사라졌다. 메이저리그 꿈을 접고 1년 만에 돌아온 윤석민은 ‘여러 이유’로 마무리투수를 맡았다. 그리고 팀 역대 네 번째로 30세이브(평균자책점 2.96)를 올렸다.
하지만 1년 만에 가장 걱정이 가득한 포지션이 됐다. KIA와 4년 계약한 윤석민은 복귀 두 번째 시즌부터 선발투수로 활동한다. 예정된 수순이다. 윤석민은 검증된 마무리투수지만, 그보다 선발투수로 더 진가를 발휘했다.
윤석민의 선발진 이동으로 앞문이 튼튼해진 것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뒷문이 헐겁다. 미국 진출 직전에도 마무리 투수를 경험했던 윤석민이다. 윤석민을 여러 차례 돌려야 했을 정도로 KIA의 불펜 층은 몇 년 전이나 몇 년 후나 크게 바뀌지 않았다.
↑ 윤석민의 뒤를 이어 마무리 보직을 맡을 후보인 한승혁(왼쪽)과 심동섭(오른쪽).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결국 내부 싸움이다. 데칼코마니 마냥,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림이다. 새로운 마무리투수 찾기는 올해 KIA의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다. 후보는 여럿이다.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이지만.
1순위로 거론되는 건 심동섭. 윤석민이 돌아오기 전까지 마무리투수 후보였다. 지난해 21홀드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제구 난조와 안정감 부족은 심동섭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한 요소다. 심동섭의 불확실성은 지난해 3월 윤석민이 마무리투수를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승혁도 또 다른 후보다. 심동섭과 마찬가지로 150km대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또한, 낙차 큰 포크볼을 구사한다. 긁히는 날에는 웬만한 타자들도 그의 공을 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날이 쉽게 오지 않는다. 심동섭과 나쁜 점도 닮았다. 들쭉날쭉하다. 마무리투수 경험이 많지 않기도 하다. 심동섭(5.02)과 한승혁(5.46)의 지난해 평균자책점은 5점대였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카드도 있다. 최영필과 김광수는 지난해 KIA의 허리를 단단히 했던 형님들이다. 노련미를 살린 절묘한 볼 배합이 강점이다. 다만 구속이 빠르지 않으며, 체력적으로 관리가 필요해 연투가 쉽지는 않다.
마무리투수 후보로 거론될 만한 김진우와 한기주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둘 다 몸을 만드는 과정 중이다. 잦은 부상 속에 한기주는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으며, 김진우는 재활이 끝나지 않았다.
KIA는 아직 새 마무리투수를 결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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