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한 바퀴를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누구는 잘 달리기도 했으나 누구는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오래 달리기에 결승선은 없다.
현재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다. 페이스 조절은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초반부터 치고 나갈 테고, 누구는 막판 스퍼트를 노릴 테다.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오래 달리기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방식’이 있을 뿐이다.
다들 한 바퀴를 얼마나 잘 달렸을까. 그리고 더 잘 달리기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단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들의 솔직한 자평을, 그리고 스케치 중인 밑그림을.<편집자 주>
↑ 민경삼 단장은 흔치 않은 야구인 출신 단장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거쳐 프런트까지 야구단의 모든 파트에서 일해왔다. 다양한 파트에서의 경험때문인지, 그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진=SK와이번스 제공 |
▲2015년 : ‘시스템 야구’, 반성으로 돌아왔다
2000년대 중후반 SK와이번스는 왕조를 구축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우승 3차례, 준우승 3차례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6위와 5위에 그치며 아쉽게 가을야구를 하지 못했다. 이에 SK는 2015시즌을 앞두고 김용희 감독을 선임하며 ‘시스템 야구’의 기치를 내걸었다. 여기에 내부 FA 5명(최정, 김강민, 조동화,나주환, 이재영)을 모두 붙잡으며 전력누수를 없애며,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할 유력한 후보로까지 꼽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위에 그쳤다. 물론 가까스로 가을야구는 했다. 10개 구단 체제로 치러진 첫 시즌이라 5위의 성적을 거두고도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래도 시즌 초 기대와는 다른 성적표인 것은 분명했다. 최정과 김강민 등 주축선수들의 줄부상에 힘겨운 시즌이었다.
민경삼 SK 단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 단장은 “준비가 부족했다. 준비 부족이 부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더구나 SK는 강화에 퓨처스파크를 갖추며 육성과 재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민 단장은 “몇 년 동안 육성구장이 없어 목마름이 강했다. 좋은 시설을 만들었지만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했다. 재활 선수들이 빨리 올라오지 못했다. 이는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명 얻은 것도 있었다. 바로 시스템의 초석이다. 민경삼 단장은 “선수들이 시켜서 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왜 야구를 해야 하는지 인식하기 시작했다. 자율적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프로에 대한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팬들을 위해 구장 시설을 대폭 개선한 것도 그렇다. SK는 문학구장의 이름을 ‘SK행복드림구장’으로 바꿨다. 2007년 스포테인먼트를 제창하면서 의욕을 보였던 네이밍라이츠를 현실화 한 것이다. 여기에 포수후면석 신설, 외야에 스포츠펍 설치 등 관중 편의를 위한 시설 투자에 나섰다. 민경삼 단장은 “팬들과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시도였다”고 돌아봤다.
↑ 2015시즌 삼성의 대항마로 꼽혔던 SK는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정규시즌 막판 치열한 5위경쟁의 승자가 되며, 3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2016년에는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성적에서도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2016년 : 싹을 틔워야 하는 SK의 ‘시스템’
이제 SK는 시스템 야구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물론 스토브리그 과정만 놓고 볼 때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FA자격을 얻은 포수 정상호가 LG트윈스로 떠났고, 불펜의 핵 우완 윤길현이 롯데 자이언츠로, 마무리 투수인 좌완 정우람이 한화 이글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셋 모두 SK의 핵심 전력이라는 점에서 뼈아픈 손실이다.
그러나 민경삼 단장은 “군에서 복귀하거나, 신인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6년 동안 선수를 많이 모으지 못했고, 몇 년간 성적이 나지 않았다. 분명 새로운 얼굴들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SK만의 시스템이 정착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이제 강화 SK 퓨처스파크 완공으로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싹을 틔워야 하는 것이다. 민경삼 단장은 “2년 전부터 시스템을 만들어 오면서 구단 정체성도 정립하려 노력했다. 더 성숙한 구단이 돼야 한다. 팬들하고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스포테인먼트의 일환으로 팬들과 더 가까워지고 호흡하는 구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6년에도 구장 시설 투자는 계속된다. 민 단장은 “전광판을 최신시설로 교체해,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라고 소개했다.
2016년, 단순히 성적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 궁극적으로 지속적인 강팀을 만들기 위한 SK만의 시스템을 계발해 나가야 하는 게 민경삼 단장의 밝힌 과제이자 목표였다.
“감히 ‘우승이 목표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는 1위와 하위권간의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한 마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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