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11일 오전 수원구장에서 몸을 풀던 kt와 넥센 선수들은 하나같이 입버릇처럼 말했다. “아~춥다.” “어제보다 더 춥네.”
이날 수원의 오전 10시 기온은 영상 1도. 아침에는 영하였다. 햇볕이 내리쬐나, 공기는 찼고 바람까지 불었다. 온몸이 시렸다.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선수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범현 감독은 “이 곳은 오후 2시만 넘으면 찬바람이 불어 기온이 뚝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수원의 이날 최고기온은 영상 4도.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어려운 건 외국인선수들. 특히, 한국 무대를 처음 경험한 이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9일 두산전에 5이닝을 던진 요한 피노는 추위 탓에 감기까지 걸렸다. 11일 오전 훈련 이후 병원 검진이 그의 개인 일정이었다.
지난 4일 한국 땅을 밟은 넥센의 코엘로는 “웜업을 충분히 했다. 정신적으로 잘 참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주일동안 경험한 한국날씨는 추웠다, 더웠다, 추웠다 등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라고 말했다. 코엘로는 이날 너무 추운지 귀까지 덮은 비니를 쓴 뒤에 모자를 썼다. 거기에 점퍼 모자까지 착용했다.
↑ 넥센 히어로즈의 로버트 코엘로(뒤)가 11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kt 위즈전을 앞두고 추위에 모자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날 경기는 한파로 취소됐다. 사진(수원)=김재현 기자 |
이 가운데 시범경기가 지나치게 많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1년 전 시범경기는 팀당 14경기로 총 70경기였다. 웬만한 ‘에어컨리그’ 급이다. 실전을 많이 치르는 걸 원하는 이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꽃샘추위가 더해진 데다 경기 취소까지 이어지니 더욱 그러하다. 좀 더 날이 풀린 뒤에 시작하는 게 낫지 않냐는 것. 기상청에 따르면, 12일부터 풀릴 예정이며 다음 주에는 따뜻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3주 일정이 아닌 2주 일정만 돼도 야구인과 야구팬 모두 ‘윈-윈’ 할 수 있다는 것. 조범현 kt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도 “12경기 정도면 더 낫지 않을까 싶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수원 경기는 정규 이닝으로 치러지기 힘들었다. 한다 해도 5회로 한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루 전날인 10일 광주 SK-KIA전은 6회까지만 펼쳐졌다. SK와 KIA는 강추위와 강바람에 두 손을 들었다.
kt와 넥센은 지난 10일에도 한파를 이유로 경기를 하지 않았다. 경기 감각 저하를 우려할 수 있으나 더 우려스러운 건 선수의 부상이다. 겨우내 열심히 준비했다
때문에 축소화를 고려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하기 힘들었다. 그라운드에 제대로 서있기 힘들 정도로 추웠다. 결국 정오를 지나 두 팀 합의 아래 취소를 결정했다. 넥센은 계획보다 빨리 광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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