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발칵 뒤엎었던 ‘도박스캔들’의 주인공인 삼성 윤성환(35)과 안지만(33)이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지도 않은 채, 근신도 아니고 징계도 아니지만 팬들 앞에 나설 수 없던 근 반년의 침묵을 깨고 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카메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스캔들 이후 첫 공식 석상이었고 시즌 출격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팬들의 당혹감과 의혹을 풀어줄 속 시원한 해명이나 당당한 결백 선언은 없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야구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지난 6개월 동안 안타깝고 혼란스럽던 KBO의 ‘도박정국’은 모든 관련 선수들이 각자의 마운드를 찾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 "도박스캔들"에 휘말렸던 삼성 윤성환과 안지만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카메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대구)=김영구 기자 |
이번 스캔들과 그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삼성 구단의 ‘예전’을 다시 보게 됐고, 삼성 선수단의 ‘현실’을 절감하게 됐다.
삼성은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선수를 즉각적으로 임의탈퇴 처리한 사례가 있다. 유망한 신인 선수가 전훈캠프에서 부적절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귀국 후 조용히 옷을 벗긴 일도 있다. ‘클린 이미지’에 대해 단호한 면이 있는 구단이었고,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구단으로 보였다. 그러나 지난 6개월의 대처에서는 그런 소신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말 오랜만에 중위권 전력 평가로 시즌을 시작한 삼성의 현실은 절박하다. 특히 사령탑 첫해부터 오로지 ‘일등’만 해온 류중일 감독이 지금의 전력에서 느낄 압박감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감독은 이미 오키나와 캠프 때부터 두 투수의 기용 의사를 밝혔다. 명분과 모양새를 고려해야 하는 구단의 부담은 컸지만, 끝내 ‘해명 없는 복귀’라는 정면 돌파가 선택됐다. 삼성 선수단의 현실은 그만큼 무거웠다. 그리고 우리가 KBO에서 가장 ‘명문’에 가깝다고 믿었던 이 구단 역시 강할 때가 아닌 약할 때의 선택은 ‘성적’이었다.
삼성은 “‘피의자가 아닌’ 선수들의 야구인생을 먼저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리그와 삼성의 명예는 과거 즉각적으로 방출된 선수들의 야구인생보다는 분명히 무거웠었다.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는 사항이어서 ‘절대 아무 이야기도 못 한다’는 주장은 오로지 두 선수들의 입장에만 유리한 논리다. 마운드 위의 그들에게 응원을 보내야 하는 야구팬들은 ‘그들은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
삼성 구단과 코치진이 두 선수에게 가진 믿음이 ‘그들은 결백하다’는 떳떳함이었을 때만 이 기용은 정당하다. 구단과 선수 모두 ‘결백’에 관한 어떤 공식적인 코멘트도 내놓지 못한 채 하는 ‘사과’는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조차 모호하다.
카메라 앞 윤성환의 “야구에만 전념하겠다”는 짤막한 한 마디는 “야구 선수니까 야구 말고 묻지 말라”는 ‘선긋기’는 차마 아니었을 거라고 믿는다. 오로지 ‘보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야구의 의미, 팬들의 사랑과 응원으로 완성되는 스타의 가치를 프로 14년차 이상의 베테랑 투수들이 깜깜하게 모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적지 않은 팬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지난해 가을에 터진 KBO 사상 최악의 ‘도박스캔들’이 만들어낸 모습들을.
그 재앙은 ‘명가’ 삼성의 KBO 첫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 목표를 좌절시켰다. 최선을 다한 후회 없는 승부의 결과가 아닌, 내내 초라하고 참담한 모습으로. 그리고 삼성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최고의 투수들은 전과자가 됐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던 팬들, 그리고 ‘야구팬’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모두에겐 깊은 상
안지만은 3일 엔트리에 등록됐고 윤성환은 6일 등록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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