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5년, kt가 홈팬에게 첫 승을 안긴 게 얼마만이지 아는가. kt 직원도 딱히 떠올리고 싶지 않을 기억이다. 시즌 첫 승까지 11패를 했던 팀은 위즈파크에서 축포를 터뜨리기까지 8번을 졌다. 2015년 4월 11일 목동 넥센전과 22일 수원 SK전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그 점에서 2016년의 kt는 달라졌다. 시즌 첫 경기에서 첫 승을 거두더니, 첫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했다. 그리고 시즌 첫 홈경기마저 승리했다. 몇 번을 더 져야만 가능했던 승리 신고식은 없었다. 딱 한 판이면 됐다.
kt는 지난 5일 홈 개막전을 치렀다. 초대 손님은 2년 연속 같았다. 전년도 정규시즌 우승팀이었다. 다른 게 있다면 결과다. 이번에 승자는 ‘주인’이었다.
kt는 삼성을 압도했다. 8-3의 스코어. 그러나 5점 차 이상의 완승이었다. kt는 시작하자마자 사자의 목을 조르더니 단 3번의 공격으로 승기를 잡았다. 6회 터진 유한준의 홈런 및 하트 세리머니는 축포였다.
1년 전 수원 개막전에서 kt를 울렸던 삼성은 1년 후 반대로 자신들이 울었다. 되는 게 없었다. 벨레스터는 와르르 무너졌으며, 팀 타율 1위(3할5푼3리)를 자랑하던 타선은 3일이 지나니 차갑게 식었다.
↑ kt는 지난 5일 위즈파크서 가진 KBO리그 삼성과 홈 개막전에서 8-3으로 이겼다. 사진(수원)=옥영화 기자 |
그런데 kt가 삼성을 이기는 과정은 참 드라마틱했다. 겉보기엔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언정. kt는 삼성에 약했다. 다들 알고 있었다. 하필 홈 개막전 상대가 또 삼성이었다. 그게 오히려 나았다.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기회였으니.
kt 주장 박경수는 “적어도 팀 분위기만큼은 ‘최고’로 만들고 싶었다. 내가 좀 오버스럽게 할 때도 있었다. 그 가운데 시범경기를 통해 많이 이기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1년 전과 분위기부터 달랐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 전 선수단 미팅에서 삼성전 전적을 툭 이야기했다.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함이다. 꼭 이기고 싶은 의지가 더 강해졌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인내했다. 참을수록 더욱 뜨거워질 수 있었다. kt는 벨레스터의 공을 참았다. 벨레스터는 시범경기에서 볼넷만 10개를 남발하며 제구에 의문부호가 떴던 투수다. 굳이 강공을 할 이유가 없었다. 전력분석팀이 제공한 자료도 ‘자신만의 존을 갖고서 기다려라’였다.
kt 야수들은 이를 믿고 따랐다. 작전 성공. 그 결과, 볼넷 퍼레이드였다. 벨레스터는 볼넷 6개를 내주며 3회도 못 버티고 스스로 무너졌다. kt는 1회 3득점에 이어 3회 2득점을 올렸다. 2회도 2사 만루 기회까지 얻었다. 벨레스터가 마운드 위에 있는 동안 삼성은 살얼음판 위에 있었다.
kt 공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수비도 조명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6회까지 3회를 빼고 모두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2회와 4회, 6회에는 2사 만루 찬스까지 잡았다. 그러나 삼성은 이때까지 2회 1사 1,2루서 이지영의 적시타로 박한이가 홈을 밟은 게 유일한 득점이었다(아주 뒤늦게 9회 2점을 만회했을 뿐).
밴와트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그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으로 1실점(비자책)을 했을 따름이다. 투구수도 99개(스트라이크 55개-볼 44개)였으니 딱히 제구가 안정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정타는 몰랐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2회와 4회였다. 2사 만루에서 박해민과 잇달아 만났다. 박해민은 1회 밴와트를 상대로 2루타를 쳤다. 박해민의 한방이 터졌다면, 상황은 급변하게 바뀌었을 것이다. kt의 최대 위기였다.
위기의 순간, 밴와트는 침착했다. 그리고 냉정했다. 오직 타자와 승부에만 집중했다. 이는 주효했다.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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