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윤성환(삼성)의 187일 만에 등판. 삼성의 기대는 컸지만 걱정도 가득했다. 잘 할 수 있을까는 둘째, 잘 버틸 수 있을까가 첫째였다.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지지부진한 수사는 보류 가능성까지 제기됐지만, 둘은 아직 무혐의가 아니다. 꼬리표는 남아있으며, 그 가운데 그라운드에 돌아온 것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그들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그리고 타 구단의 팬은 물론 삼성팬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류중일 감독은 윤성환과 안지만에게 “견뎌내라”라고 주문했다. 열심히도 하고 무조건 잘 하기도 해야 하나, 심리적인 압박감을 이겨내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등판할 때마다 응원과 야유가 뒤섞일 터. 2004년 프로에 입문한 윤성환은 프로 13년차의 베테랑이지만, 생소한 경험이다. 감당할 게 많았다.
↑ 윤성환이 6일 KBO리그 수원 삼성-kt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해 10월 2일 대구 kt전 이후 187일 만이다. 그리고 타선의 지원 속에 승리투수가 되면서 개인 통산 100승(25번째)을 기록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한 kt팬은 “사실 오늘 관전할 계획이 없었는데, 윤성환이 등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방문했다. 오늘 야유하러 왔다. 기분이 매우 나쁘다. kt가 만만하니 이러는 거다. 만약 이번 상대가 KIA, 롯데였더라도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친구들과 함께 자리한 다른 kt팬도 “윤성환과 안지만의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첫 홈경기를 그 무대로 삼았다는 게 불쾌하다. 자신들의 처지가 급박하니 그러려니 하겠으나 이건 아니다. 앞선 홈 개막전에는 쓰지도 않더니”라며 “평소 경기를 관전할 때 상대에 야유를 퍼붓지만 오늘은 더욱 심하게 할 것이다. 지난해 윤성환에 약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어제 경기(11안타 8볼넷)처럼 윤성환을 두들겨줬으면 좋겠다”라고 설욕의 바람을 전했다.
수원은 차가웠지만 조용했다. 몇몇 kt팬들이 야유를 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그리고 이날 위즈파크를 찾은 관중(3977명)도 많지 않았다. 예매 티켓은 2082장. 하루 전날(9199장)의 1/5 수준이다. 평일 저녁 경기로 시간에 맞추거나 늦게 하나둘씩 입장하다보니 윤성환을 소개할 때 일방적으로 야유가 쏟아지는 풍경도 없었다.
오히려 삼성의 3루측 내야석이 더 시끌벅적했다. 삼성팬은 막대풍선을 치며 힘껏 응원을 했다. 이들은 윤성환과 안지만의 합류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구 출신으로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한 삼성팬은 “두 선수의 가세로 전력이 한층 단단해졌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이들의 공백으로 너무 맥없이 졌다. (올해 전력이 다소 약해졌는데)두 선수의 합류로 기대가 크다”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운 이승엽 때문에 삼성의 팬이 됐다는 한 서울 거주 팬도 기본적으로 윤성환과 안지만을 응원하러 위즈파크를 이틀 연속 찾았다. 그는 “현재 (해외 원정 도박 관련)혐의만 있는 거 아닌가. 선수들도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데 프런트가 일처리를 못하고 있다. 활동 중인 삼성팬 카페서도 일부 삼성팬이 두 선수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더 많은 팬이 긍정적인 반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 윤성환이 6일 KBO리그 수원 삼성-kt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해 10월 2일 대구 kt전 이후 187일 만이다. 그리고 타선의 지원 속에 승리투수가 되면서 개인 통산 100승(25번째)을 기록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그렇게 6일 위즈파크의 분위기는 엇갈렸다. 그 가운데 윤성환은 개인 통산 100승(25번째)을 달성했다. 6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 속 타선의 화끈한 지원(11득점)을 받았
다만 윤성환도 웃기 어려웠다. 마음이 무거웠을 그는 경기 내내 무표정이었다. 첫 시험대의 난이도는 낮았다. 2번째, 3번째 등판의 분위기는 또 다를 것이다. 확실한 건 돌아온 윤성환과 안지만을 바라보는 야구팬의 눈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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