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3일 프로야구 종합)
‘빅이닝’을 부르는 만루였다. 루상에 주자가 꽉 차면 셋 중 하나였다. 강타, 연타, 범타. 어느 룰렛이 걸리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강타와 연타만 돼도 점수는 쭉쭉 올라갔다. 단 그 한계점은 각자의 능력에 달렸다.
kt는 더 이상 삼성이 알던 그 kt가 아니다. 라이온즈파크의 특성을 집주인보다 더 잘 살렸다. 이틀 연속 두 자릿수 득점(13점-11점)으로 삼성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딱 2번의 만루 기회면 됐다. 0-4로 뒤진 3회 4연속 단타로 한 베이스씩을 돌더니 마르테가 라이온즈파크 첫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개인 통산 KBO리그 25호 홈런을 첫 만루홈런으로 장식했다.
↑ 두산은 23일 잠실 한화전에서 한 차례 만루 기회를 얻었으나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김재환(오른쪽)의 3점 홈런이면 충분했다. 그들에겐 철벽 마운드가 있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삼성도 kt와 똑같이 2번의 만루 기회를 얻었다. 1회 4득점을 올렸으나, 7회 1사 만루서는 침묵했다. 대타 조동찬 카드는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로 허무하게 끝.
격세지감. 1년 전 가장 늦게 10승을 돌파했던 kt는 지난해 가장 먼저 선착했던 삼성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5회 2루를 훔친 이대형은 12년 연속 10도루(역대 5번째)를 기록했다. 삼성은 10승보다 10패를 먼저 했다. 9실점을 한 장원삼은 2경기 연속 패전투수와 함께 평균자책점이 10.97로 치솟았다.
개장 후 첫 매진(1만7000명)이 된 고척돔에선 홈팀 넥센이 이틀 연속 타격쇼로 자축했다. 넥센은 1회부터 불꽃 튀는 타격으로 LG 선발투수를 조기 강판시켰다. 류제국은 3이닝 4실점으로 코프랜드(3⅓이닝)보다 빨리 고개를 숙였다.
넥센은 4-0으로 앞선 4회 찾아온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사 만루서 김민성의 밀어내기 볼넷을 시작으로 박동원의 안타-김하성의 내야 땅볼-박정음의 안타로 4득점. 달아오른 넥센 타선은 5회 대니 돈의 3점 홈런과 7회 김하성의 2점 홈런으로 LG에 강펀치를 날려 K.O.시켰다.
신재영의 무적 행진은 지속됐다. 5⅓이닝 무실점으로 4승째. 니퍼트, 보우덴(이상 두산)과 함께 공동 선두. 21이닝 연속 무4사구는 덤이다. 이틀간 24실점을 한 LG는 5할 승률(8승 9패)이 깨졌다.
↑ 넥센은 이틀 연속 24점을 뽑으며 L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4회 만루 찬스서 4점을 얻으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두산의 승리 원동력은 만루가 아니었다. 3-2로 쫓긴 4회 만루 찬스서 민병헌은 헛스윙 삼진 아웃. 하지만 3회 만루 위기를 극복한 데다 불펜이 1점 차 리드를 완벽하게 막았다. 정재훈과이현승은 3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합작했다.
한화는 김재환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듯. 김재환은 전날 만루 홈런을 치더니 이날 2회 1사 1,2루서 3점 홈런을 날렸다. 한화는 이 한 방에 울었다.
1년 6개월 만에 등판한 한화 이태양은 3⅓이닝 3실점으로 패전투수. 1이닝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의 호러쇼를 펼친 권혁은 통산 600경기(역대 17번째)를 뛰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SK는 NC에 전날 연장 패배를 설욕했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그 배경은 만루 찬스였다. 0-2로 뒤진 2회 1사 만루서 폭투로 1점을 따라잡더니 이명기의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어 3회 2사 만루, 이번에도 이명기가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달아났다. 흐름을 가져간 SK는 4회 2점을 추가하며 NC에 8-2 승리를 거뒀다.
홈런 5개와 안타 35개, 4사구 13개가 쏟아진 부산에는 KIA 한기주가 활짝 웃었다. 1663일 만에 선발 등판한 한기주는 5이닝 7피안타 1홈런 4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1회와 5회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2점만 내줬다. 여기에 타선의 화끈한 지원을 받아, 1668일 만의 선발승을 거뒀다. 난타전 끝에 16-10으로 롯데를 이긴 KIA는 3연패 마감.
2회 서동욱의 3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한 KIA는 5-4로 쫓긴 4회 1사 만루서 김주찬의 2타점 2루타로 달아났다. 그리고 5회를 빅이닝(5득점)으로 만들었다.
롯데의 거센 추격을 받았지만, 서동욱이 8회 2점 홈런을 날려 승기를 굳혔다. 조건 없는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서동욱은 복덩이가 됐다. 지난 19일 1군 등록 이후 안타 6개 중 3개를 홈런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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