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오늘은 이 이야기를 준비했다.” 지난 24일 오전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열변을 토했다. 꽤 긴 이야기였다. 경기 전 인터뷰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가 준비한 건 ‘육성 시스템’이었다.
넥센의 핫 이슈와 연관된 이야기다. 넥센은 개막 1달도 안 돼 ‘대박’을 터뜨렸다. 신재영과 박주현이라는 신예가 등장했다. 두 투수는 벌써부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 염 감독은 “둘이 경쟁하면 더 좋지 않은가”라며 함박웃음을 짓기도 했다. 손혁 투수코치도 “(기대가 크긴 했지만)이렇게까지 뜰 줄 상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신재영은 25일 현재 4경기에 나가 4승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했다. 다승 1위-평균자책점 2위. 26이닝 동안 볼넷은 1개도 없다. 5선발인데 1선발 이상의 퍼포먼스다.
승운이 따라주지 않던 박주현도 지난 22일 LG 트윈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거뒀다. 지난 3월 15일 고척돔 첫 선발투수의 기회(3이닝 퍼펙트)를 부여받았던 그는 매번 묵직한 공을 앞세워 빼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 손혁 투수코치(왼쪽)가 지난 23일 KBO리그 LG-넥센전을 마친 뒤 승리투수가 된 신재영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우선 잘 뽑았다. ‘5년차’ 신재영과 ‘2년차’ 박주현은 중고 신인이다. 신재영은 지난 2013년 NC 다이노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했으며, 박주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자다.
넥센은 둘의 미래가치를 높이 샀다. 넥센은 ‘A+’급으로 성장할 자원을 모았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지난 3,4년간 신인을 잘 뽑았다고 자평한다”라고 밝혔다.
염 감독은 “가능성 있는 선수를 (최대한)영입하는 게 중요하다. 트레이드도 한 방법이다. 그렇게 ‘A+’가 될 선수를 10명 정도 보유하면 성공할 수 있다. 특히 투수는 많을수록 좋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 키울 수 있는 선수를 현장에 가져다줬다”라고 이야기했다.
성공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잘 키워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넥센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선수를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하지 않았다. 대략 3가지로 나눈다. 즉시 활용할 자원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육성할 자원도 있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본뜬 것. 염 감독은 “시스템이 있어야 팀이 발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관리도 철저하다. 신재영과 박주현은 경기마다 투구수 100개를 넘지 않는다. 또한, 시즌 이닝도 계산한다. 둘은 150이닝 이하를 소화할 예정이다. 염 감독은 “풀타임 첫 시즌, 탈이 나지 않게 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단계별로 성장한다. 성장 폭에 맞춰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것. 자연스레 무리수는 없다. 신재영과 박주현은 ‘준비된’ 좋은 투수다. 신재영은 넥센 유니폼을 입은 뒤 1군 데뷔를 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상무에서 선발 수업을 쌓았다. 박주현 역시 1년간 ‘기회가 주어지는’ 퓨처스리그에서 경험을 축적했다. 그러면서 기량을 갈고 닦았다.
코칭스태프 및 트레이너의 역할도 크다. 선수를 ‘레벨업’ 시키는 조련사다. 제구가 뛰어나지만 (선발투수가 되기 위해)구종이 많지 않던 신재영은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금방 익혔다. 염 감독은 “손재주가 남다르다”라고 했다. 점점 감을 익혀가고 있는 신재영의 체인지업은 지난 23일 LG전에서 빛을 봤다.
좀처럼 타자들이 치기 어려운 슬라이더 또한 박승민 불펜코치의 지도 아래 업그레이드 됐다. 박 코치는 슬라이더의 각보다 변화 타이밍의 중요성을 지도했다. 반신반의했던 신재영은 마운드 위에서 직접 체감한 뒤 확신에 섰다. 공의 변화가 늦으니 타자의 스윙 타이밍과 달랐다. 양상문 LG 감독도 “그 각도가 치기 애매하다”라고 했다.
신재영이 그렇게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건 신체의 변화도 있다. 신재영의 하체는 튼튼하다.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다. 그리고 근력, 회전력, 순발력도 향상됐다. 모두 다 투구 동작 시 필요한 것이다. 손 코치는 “박 코치가 잘 가르쳤다. 또한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몸을 잘 만들어줬다. 좋은 투수가 나오는 데에는 좋은 선수는 물론 좋은 코치, 좋은 트레이너의 합이 맞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수의 노력도 크다. 갖고 있는 자질을 키우는 건 스스로의 의지에 달렸다. 신재영과 박주현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모두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신재영, 박주현을 주목했다. 그리고 이들의
기회를 얻기 위해 이 악물고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은 바뀌지 않았다. ‘오늘도 열심히 하자.’ 신재영은 “특별히 뭔가를 의식하거나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코치님의 가르침대로 그저 열심히 공을 던질 따름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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