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8일 전북현대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실에 입장한 수원 서정원 감독의 낯빛이 어둡다. 전반 39분 신세계의 경고누적 퇴장과 그 여파에 따른 2-3 패배.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테다. 할 말도 많았을 것이다. 홧김에 ‘심판이 경기를 망쳤다’라고 해버릴 수도 있었다. 서 감독은 차분했다. “관중들이 선수단의 마음을 대변했다”며 주심 판정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한 구단의 리더답게 감정을 앞세우지 않았다. ‘규정’을 지켰다. K리그에선 감독, 선수, 관계자 모두 공식 석상에서 심판 판정에 부정적인 언급을 할 시 경기·심판 규정 제3장 제36조에 따라 제재를 받는다. 제재는 보통 벌금이다. 지난달 30일 슈퍼매치에서 서울 최용수 감독도 울화를 꾹꾹 누른 채 “아쉽다” 정도로만 표현했었다.
시계를 약 1시간 전으로 돌려보자. 전반 39분. 수원 벤치 앞이 시끌시끌하다. 서정원 감독은 기술 지역과 경기장을 넘나들며 김종혁 주심과 부심 대기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신세계의 경고누적 퇴장에 대해 온몸으로 ‘왜?’라고 물었다. 감독이 흥분하자 코치진, 선수, 스태프들도 달려 나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전북현대간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심판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심판이 설명을 해도 ‘왜’라고만 물었다. 경고를 꺼내들기 전 구두 주의가 없었다, 후반 막바지도 아니고 그 시간대에 굳이 퇴장을 줬어야 했나(일부 언론사의 얼토당토않은 ‘주장’이기도 하다)는 둥, 운용의 묘가 부족했다는 게 ‘근거’였다. 기자회견장에서 멀쩡히 숨쉬던 규정은 ‘왜’ 피치 위에선 만신창이가 된 걸까.
정작 답은 규정이 가졌단 걸 모르는 걸까.
2015/2016 경기 규칙 제12조 ‘반칙과 불법행위’에 따르면 ‘플레이 재개를 지연시킬 경우’, ‘플레이가 프리킥, 코너킥 또는 스로인으로 재개될 때, 규정된 거리를 지키지 않을 경우’는 ‘경고성 반칙’에 해당한다. 신세계는 스로인하기 전 6~7초의 시간을 지연했다. 전반 2분이든, 후반 43분이든, 2분 전 경고를 준 선수의 반칙이든, 주심은 경고를 줄 수 있다고 규정은 명시한다. 모든 구단이나 다 소지하는 규정집 안에 적힌 내용이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또 다른 질문은 ‘스로인 갖고 뭘 그래’다. 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그냥 옆줄 밖 던지기’일 뿐인데, 조금 늦게 던졌기로서니 이게 무슨 경고감이냐는 거다. 이 또한 규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전직 국제심판 A씨는 “스로인도 프리킥, 골킥과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 국내 리그에선 여지껏 경고가 많이 나오지 않았을 뿐, 플레이 재개를 지연했다고 판단할 경우 스로인 상황에서도 경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전반 39분 수원 수비수 신세계가 시간 지연 행위로 경고를 받아 경고누적으로 퇴장하는 장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운용의 묘’라는 것도 결국은 “2분 전 경고를 받은 선수이고 하니, 좋게 좋게 넘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11대 11로 싸워야 진검승부가 될 것 아닌가”라는 것인데, 구단과 팬들이 술자리에서 할 법한 얘기다.
반대로 ‘경고성 반칙’을 범한 신세계에게 구두주의를 줬다고 치자. 수원FC전에서 프리킥 지연에 따라 이주용이 퇴장한 상황을 지켜본 전북 구단이 비슷한 톤으로 ‘왜’라고 물으며 들고 일어난다면, 그땐 심판이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운용의 묘를 살리라고 해서 살렸습니다. 무슨 문제 있나요”라고?
이번 퇴장건은 신세계의 행위
윤진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