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업튼 파크 잘 가요, 페예그리니
선덜랜드·뉴캐슬 ‘네가 가라, 2부’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언젠가 헤어진다. ‘영원’이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한다. 올 시즌을 끝으로 프리미어리그도 가슴 먹먹한 헤어짐을 맞는다.
↑ "홈구장"을 떠나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웨스트햄유나이티드는 1904년부터 무려 112년을 함께한 불린 그라운드(애칭 업튼 파크)와 작별한다.
업튼 파크는 안필드, 올드트라포드 등과 함께 잉글랜드 축구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산증구장이다. 숱한 런던 더비가 열렸고, 환호와 야유가 끊이질 않았다. 바비 무어, 프랭크 램파드가 여기서 싹을 틔웠다.
1958년부터 반세기 넘게 업튼 파크를 드나든 엘렌 메스톤씨에 따르면 “웨스트햄은 곧 업튼 파크였다.”
하지만 웨스트햄 구단은 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올림픽 스타디움으로의 이전을 결정했다. 향후 99년 그곳이 웨스트햄의 홈구장이다.
메스톤씨는 “남길 바랐는데, 떠나게 되어 매우 슬프다. 이곳은 우리 집이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골수팬 션 마틴씨는 “(올림픽 스타디움은)내 관심사가 아니다. 원정 시즌티켓이나 끊으련다”라고 '데일리메일'에 말했다.
업튼 파크의 불린 그라운드 게이트에는 팬들의 마음을 대변한 시가 하나 적혔다.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안녕은 헤어짐을 의미하고, 헤어짐은 잊힘이니까요. 좋은 기억 안겨줘서 감사했습니다, 업튼 파크.”
↑ 애스턴빌라에 패한 뒤 허탈해하는 뉴캐슬유나이티드 팬들. 사진(잉글랜드 빌라)=AFPBBNews=News1 |
타인 위어 지역의 최대 라이벌 선덜랜드와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어리그와의 헤어짐을 강요받고 있다.
둘 중 하난 무조건 떨어진다. 선덜랜드는 현재 8승 11무 17패(승점 35·36경기)로 17위, 뉴캐슬은 8승 10무 19패(승점 34·37경기)로 18위다. 프리미어리그에선 18~20위가 2부로 강등한다. 선덜랜드가 11일 홈에서 에버턴을 잡으면 최종전 결과와 상관없이 뉴캐슬이 추락한다. 유리한 쪽은 선덜랜드다.
2부는 양 팀 모두에 익숙지 않은 무대다. 선덜랜드는 2007년부터 9시즌째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중이다. 114년 구단 역사 중 84년을 1부에서 지냈다. 뉴캐슬은 1992-93, 2009-10 두 시즌 2부를 누볐을 뿐, 그 전후 프리미어리그를 떠나본 적이 없다. 확실한 사실 하나는 다음시즌에는 타인 위어 더비가 쉰다.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맨체스터시티 지휘봉을 잡을 날이 딱 하루 남았다. 15일 스완지시티 원정이 고별전이다. 예고된 작별이다. 지난 1월 구단이 주젭 과르디올라 현 바이에른뮌헨 감독의 올 여름 부임을 공표하면서 자연스럽게 작별 수순을 밟았다.
↑ 고마워요, 마누엘. 속마음: 가기 전에 마지막 선물로 4위 부탁해요. 사진(잉글랜드 맨체스터)=AFPBBNews=News1 |
2013년 맨체스터시티 감독직에 앉아 2013-14시즌 더블(리그, 리그컵)을 이루고, 2015-16시즌 리그컵 우승과 전무후무한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등 떠밀리듯 떠나야 하는 몸이다.
하지만 누군가 손을 흔들어준다거나, 떠나는 이가 응당 받아야 할 예우를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팀 사정 때문이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승점 63점·36경기)가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할
페예그리니 감독은 후임 감독과 정들었던 구단을 위해서라도 4위를 사수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낄테다. 여유롭게 손 흔들며 떠나고 싶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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