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4월 28일 슈퍼매치 기자회견.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참석 인원 4명(감독 2, 선수 2). 제시간에 맞춰 양 팀 선수단 대표들 입장. 익숙한 발걸음.
5월 12일 수원더비 기자회견. 수원시청 1층 로비. 참석 인원 5명(감독 2, 선수 2, 지방자치단체장이자 구단주). 참석자가 홀수? 신선하거나, 낯설거나. 염태영 수원시장 먼저 입장. 수원FC 구단 ‘염태영 시장은 수원FC와 수원 삼성의 연고도시 시장 자격으로 참석.’
다시 슈퍼매치 기자회견 현장. 경기와 관련한 내용을 기자들이 묻고 양 팀 감독, 선수들이 답했다. 스코어를 예상해보고, 가볍게 도발도 했다. 꼭 경기장을 찾아주십사,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건넨다.
햇볕이 내리쬐는 수원시청 로비. 염태영 시장이 ‘센터’에 앉아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읽어내린다. 수원FC가 사전 공지한 대로 ‘수원시장 인사말’ 시간(10분)이다. “스페인에 엘클라시코가 있다면…(중략)…수원더비가 역사를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엘클라시코는 지역 더비가 아닌데.
↑ 공을 든 "센터염". 주인공이 되어야 할 또 다른 염(기훈)은 3선에 빠져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들러리"로 봐도 무방했다. 사진(수원)=김재현 기자 |
슈퍼매치 기자회견 1시간 전. 몇몇 한국프로축구연맹 직원, 구단 직원, 장비 설치 기사들이 제 업무를 보느라 분주하다. 취재진도 하나둘 착석해 기자회견을 준비한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어딜 가도 쉬이 볼 수 있는 평범한 기자회견 풍경이다.
수원더비 기자회견 1시간 전. 수원FC 엠블럼이 새겨진 정복을 입은 구단 직원들과 양복 차림으로 수원시 직원으로 추정하는 이들이 세부 사항을 꼼꼼히 살핀다. 한 설치 기사가 2층에 걸린 횡단막 위치를 조정한다. 안내 방송이 흐른다.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하니 직원 여러분들은 내려와 주십사, 하고. 높으신 분이 오긴 하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수원더비 기자회견.
‘쪽수’로는 선수단 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분위기는 주도하지 못했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주목받는 센터 자리, 베테랑 정치인다운 화려한 언변, 거기에 수원시 전문 진행자의 팔이 안으로 굽는 진행이 더해진 결과, 염태영 시장은 감독에 버금가는, 선수 이상 가는 점유율을 챙긴 모양새였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며 ‘선수단’만으로 충분히 흥미진진했던 보름 전 슈퍼매치 기자회견이 스쳤다. 동시에 이날 참석자는 꼭 ‘다섯 명’이어야 했을까, 라는 의문도 찾아왔다.
이러한 의구심에 ‘그게 뭐 어때서’라고 옹호 반박하는 쪽의 입장을 이해한다. 염태영 시장이 ‘연고도시’ 시장이자 ‘수원FC 구단주’니까, 그 정도 지분을 가져가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역사상 첫 수원더비라는 특수한 매치업을 앞둔 시점이니까. 수원더비 나아가 K리그 흥행을 위해 구단주님의 존재가 도움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명분’으로는 깡통으로 캐딜락도 만든다. 이날은 ‘메이어데이’가 아니라 분명 ‘미디어데이’라고 홈팀이 공지했다. 그래서 부지런히 수원으로 달려갔다.
↑ K리그 기자회견의 올바른 예. 사진(수원)=김재현 기자 |
불편하게 바라보는 쪽의 입장은 이렇다. 시즌 초 이재명 성남시장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깃발더비’를 탄생시킨 염태영 시장이 구단주라는 직함을 앞세워 또 화제의 중심에 서려 한다는 거다. 축구 관계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재명 시장도 경쟁하듯 새 정치 아이템인 ‘10억원 빚 탕감 대전’을 축구계로 끌어들였다.
모 신문사 선임기자는 최근 칼럼에 이렇게 적었다. 와 닿는 문구라 소개한다. “요즈음 정치인 출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프로축구를 자신의 입지 강화에 활용하는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축구 기자들이 국으로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워낙 관중 기반이 허약해 이들의 ‘부채질’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기자는 짐작한다.”
수원더비는 수원을 축구수도로 키운 수원삼성의 노고와 실업팀에서 출발해 클래식까지 승격한 수원FC의 노력이 일군 결과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기자회견에서든, 경기장에서든, 공동취재구역에서든, 땀 흘린 그들이 경기 중심이 돼야 하고, 조명을 받아야 마땅하다. (지역더비는 아니지만)엘클라시코, 북런던더비, 맨체스터더비, 밀라노더비를 최고의 더비로 이끈 건 바로 선수들이다.
간혹 축구 선진국에서도 선수보다 구단주(또는 대표)가 더 큰 주목받는 경우는
윤진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