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25일 저녁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김택형’이 올랐다. 넥센 히어로즈의 좌투수, 그 김택형이다. 그는 공을 던진 것보다 공을 치는 게 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25일 잠실 넥센-LG전. 6-6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넥센은 김하성의 2루타와 윤석민의 안타로 7번째 득점을 뽑았다. 그러나 1점차는 불안했다.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서 나온 건 김민성의 병살타.
이택근이 볼넷으로 불씨를 다시 살린 가운데 타석에 선 건 김택형이었다. 9회말 등판한 김세현의 차례였지만, 10회말 공수 교대 시 교체 예정이었다.
야수 자원은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이보근과 김택형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가 그나마 최근 타격 경험이 있는 김택형을 택했다. 김택형은 “감독님 옆에 있다가 걸린 것 같다”라고 했지만.
↑ 넥센의 김택형은 25일 잠실 LG전에서 10회 대타로 나가 볼넷을 얻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염 감독의 주문사항은 하나였다. “치지 말라.” 김택형은 2구까지 염 감독의 말을 잘 따랐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는데 1B 1S. 그런데 김택형은 임정우의 3구, 4구를 잇달아 쳤다. 연속 파울. 의외의 타격 실력이다. 특히, 2번째 파울은 1루측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배트가 부러진 채로.
김택형은 “프로 와서 처음으로 배트를 잡았다. 새로운 느낌이었다. 특별히 타격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공이 내 눈에 보이자 나도 모르게 반응했다”라면서 “쳤더니 손이 아프더라. 아마 (윤)석민이형이 쓰는 무거운 배트를 들었으면 삼진이었을 거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부담을 느꼈는지, 임정우는 커브를 잇달아 던졌다. 모두 볼. 김택형이 물고 늘어지자 넥센 더그아웃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넥센 선수들은 하나같이 환호를 질렀다. 김지수는 “(김)택형이가 타석에 선 게 정말 웃겼다. 그런데 투수가 흔들리더라. 그래서 더욱 열심히 응원했다”라고 전했다.
그 응원이 통한 것일까. 임정우의 속구(7구)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볼넷 출루. 김택형의 볼넷으로 2사 1,2루 찬스를 잡은 넥센은 유재신의 적시타로 8-6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경기는 그대로 넥센의 8-6 승리.
추가 득점의 발판을 마련한 김택형은 “공이 날아오다 안 보였다. 그러더니 옆으로 빠져있더라. (커브를)치고 싶어도 칠 수 없었지만, 볼이라 못 친 것도 있다. 볼이라는 느낌이 들어 배트를 휘두르려다 멈칫하기도 했다”라며 “볼넷을 얻으니 재밌었다. 1루까지 걸어가는데 신나는 기분이었다”라고 전했다.
김택형은 유재신의 안타로 2루에 간 데 이어 박동원의 안타로 3루까지 향했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박동원의 안타 때 홈까지 뛰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히 욕심은 없었다. (박동원의 안타 때)3루를 돌아 홈까지 뛰려 했는데 (정수성)코치님이 막으시더라. 아무래도 다칠 수 있으니까”라고 했다.
타자 김택형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동료들의 축하와 환호에 어리둥절했다. 김택형은 “지금껏 아무리 잘 던져도 그 같은 환호를 못 받았다. (해본 적은 없지만)마치 한국시리즈 우승한 줄 알았다”라며 전날 기분 좋았던 경험을 다시 떠올렸다.
즐거운 추억이다. 그래서 또 해보고 싶다. 김택형은 “진짜 직업은 투수다. 이번에는 잠깐 ‘알바’한 거다. 그래도 주위에서 난리였다. 여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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