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소름이 돋았다. 1번도 아니고 2번이나. 패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2개. 그때 타구 2개가 잠실구장의 외야 그라운드를 가르며 펜스를 넘어갔다. 믿기지 않는 백투백 홈런. 동점에 이은 역전. 게다가 그 주인공들이 ‘누구’였기 때문에 더욱 극적이었다.
잠실구장을 찾은 LG 야구팬, 그리고 TV 등 미디어를 통해 지켜본 LG 야구팬의 심정은 어땠을까. LG 출신 거포 정의윤과 최승준이 지난 2일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패색 짙던 SK는 정의윤과 최승준의 연속타자 홈런(시즌 25호·통산 854호) 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5할 승률로 떨어질 위기서 승패 차감을 ‘+2’로 올렸다. 40승 고지까지도 1승을 남겨뒀다.
드라마틱했다. 오랫동안 야구계에 몸을 담았던 김용희 SK 감독도 “1년에 1,2번 나오기 힘든 경기다”라고 했다. 주변에서도 난리였다. 상대가 LG였기에 더욱 그러했을 지도.
↑ SK 와이번스의 4번타자 정의윤(왼쪽)과 5번타자 최승준은 2일 현재 33개의 홈럼을 합작했다. 그들은 홈런에 개인의 의미보다 팀의 의미를 두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정의윤은 “LG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의식하지 않는다. 오늘 SK 이적 후 첫 잠실구장 홈런이었으나, 딱히 특별한 감정이 생기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승준도 “LG를 상대로 첫 홈런을 쳤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 소속은 SK다. LG도 결국 이겨야 하는 팀이다. 간혹 청백전을 하는 느낌도 있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고 잘 할 수 잇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둘에게는 LG에게 친 홈런보다 SK의 승리를 안긴 홈런이란 게 더 의미가 크다. 정의윤은 “정경배 타격코치님께서 힘이 많이 들어간 것 같아 가볍게 치라고 조언해주셨다. 실투였다. 치는 순간 홈런이라는 느낌은 들었다. 6월 팀에 도움이 안 됐는데, 7월 첫 경기부터 이렇게 도움을 돼 기쁘다”라고 전했다.
최승준도 “3연타석 홈런(6월 28일 수원 kt전)도 쳤지만, 오늘이 더 짜릿하다. 그때는 팀이 앞서는 상황이었다. 오늘은 자칫 연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서 때린 역전 홈런이니까 더 기뻤다. 내가 끝내기 홈런을 치는 걸 상상한 적도 있다. 비록 9회초였지만 베이스를 돌 때 (내 자신에게)소름이 돋았다”라며 기뻐했다.
SK는 6회초 김강민의 동점 적시타가 터졌지만, 곧 이은 수비서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SK 타선은 LG 선발투수 소사(7이닝 1실점)에 꽁꽁 묶였다. 하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고. 게다가 필승 의지도 강했다. 김광현의 조기 강판에도 투수들이 잘 막아줬기 때문에 더욱 이기고 싶었단다.
최승준은 “경기 중 (정)의윤이형에게 ‘오늘 우리가 질 것 같지 않아’라고 말했는데, 의윤이형이 9회 동점 홈런을 때려 정말 놀랐다. 내가 곧바로 역전 홈런을 칠 줄은 몰랐으나 의윤이형의 홈런 때문에 내 홈런도 빛이 날 수 있었다”라며 정의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의윤은 “앞선 3번의 타석에서 범타에 그쳤으나 조급하진 않았다. 불펜에서 잘 막아줬기 때문에 기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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