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시즌 개막 직후인 지난 4월3일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던 두 투수 안지만(33)과 윤성환(35)을 ‘해명 없는 복귀’라는 정면 돌파로 감싸 안았던 삼성의 대처가 결국 뼈아픈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21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해외원정도박과 국내 인터넷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로 안지만을 불구속 입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안지만과 함께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던 윤성환은 참고인중지 의견으로 송치됐다.
↑ 삼성은 도박스캔들에 휘말렸던 안지만-윤성환을 지난 4월3일 야구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만으로 복귀시켰다. 석달 반만에 안지만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되면서 삼성의 대처가 옳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 장면에서 물어야 하는 것은 삼성의 믿음이다. 순수하게 삼성을 응원하고 열성적으로 선수들에게 환호하는 팬들 앞에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투수로서 구단은 윤성환의 결백을 확인했고 믿고 있는 것일까.
석 달 전 삼성 대처의 진짜 문제점은 ‘무죄추정원칙’이나 ‘피의자 이전에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을 먼저 생각했다’는 온정주의가 아니다. 당시 삼성의 현장과 구단 관계자들에게서 좀처럼 속 시원하게 들을 수 없던 두 투수에 대한 ‘확신’이나 ‘믿음’이다.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사항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주장과 “선수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우리가 수사기관이 아니질 않느냐”는 하소연 속에 삼성의 누구도 두 선수의 ‘결백’을 장담하지 않았다. 과연 삼성이 믿고 있는 것이 두 선수의 결백인지, 혐의가 입증되기 힘들 수사의 결과인지 모호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KBO의 포스트시즌을 망친 ‘도박스캔들’ 파문, 경찰의 조사대상으로 알려졌지만 혐의가 밝혀지지도 않고 무혐의 처분도 받지 않은 채 불안하고 어정쩡하게 흘렀던 두 투수의 반년. 그 사이 삼성 구단의 곤혹스러움과 가슴앓이도 컸겠지만, 야구판을 뒤흔든 스캔들이 터졌는데도 삼성이 변변한 해명이나 입장정리 없이 근 6개월을 보내면서 팬들은 답답한 마음과 불신을 털어내기 힘들었다. 지난 4월3일의 해명 없는 ‘30초 사과’ 후 복귀는 그래서 더욱 문제적이었고, 불씨를 내포하고 있었다. 당시 두 투수를 그라운드에 복귀시킨 삼성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결정은 그들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두 투수의 결백을 믿었을 때만 정당하다.
석 달 뒤 안지만은 결국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삼성의 뒤통수를 쳤다. 대한민국 경찰이 열 달이 넘도록 선량한 시민을 무고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안지만은 부적절한 일탈 행위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삼성은 계약해지를 발표했다.
삼성은 원칙적으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사법적 판단’을 기다린다고 했고 그에 따라 안지만에게는 최고 징계를 내렸다. 윤성환은 참고인중지이기 때문에 구단의 판단 역시 중지된다.
한번 내린 결정, 입장을 지키기 위해 삼성이 치러야하는 대가는 점점 가혹해지고 있다. 잇단 도박스캔들 연루로 구단 이미지가 폭락한데다 상습도박 혐의에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까지 추가된 안지만에게는 세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태양(NC)의 승부조작 파문까지 날짜가 겹치면서 ‘KBO 대재앙’의 터진 날, NC에 이어 KBO,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넥센, 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까지 줄줄이 사과문과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윤성환 불똥’을 끌어안고 있어 민감한 멘트를 할 수 없는 탓인지
삼성의 진정성과 소신, 석 달 전에는 모호했다. 지금은 투명한 걸까. 윤성환에 대한 삼성의 확신은 ‘판단 중지’가 아니라 깨끗한 신뢰여야 한다. 그리고 삼성도 떳떳하게 사과도 해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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