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양) 이상철 기자] “뜨끈뜨끈하네. 이런 날씨에도 야구하려나.” 고양 다이노스 한 코치의 토로대로 무척 더운 날이었다. 기상청은 31일 전국 대부분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경기도 고양시도 예외는 아니다. 섭씨 30도가 넘는 기온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 폭염에도 야구는 한다. 31일 오후 1시, 고양야구장에는 퓨처스리그 고양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치러졌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는 퓨처스리그 경기. 휴일을 맞아 두 팀을 응원하러 적지 않은 야구팬이 자리했다. 딱 하나 특이사항은 고양 다이노스의 선발투수. 하루 전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재학이 선발 등판했다.
이재학은 현재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의 수사대상에 올라있다. 곧 소환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재학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단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데다 정상적인 1군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2군행’을 지시했다.
↑ 고양 다이노스의 투수 이재학이 31일 kt 위즈와 퓨처스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고양)=옥영화 기자 |
이재학에겐 시즌 첫 퓨처스리그 등판이었다. 무대는 달라도 마냥 낮게 보긴 어려웠다. 남부리그 2위인 kt의 라인업에는 이진영, 하준호, 김연훈, 윤요섭 등 1군에서 활약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재학은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호되게 당했다. kt 1번 이진영은 이재학의 초구를 때려 좌월 홈런을 날렸다. 고양야구장의 좌측 외야 펜스까지 거리는 98m. 이재학은 이후 3타자를 공 14개로 처리하며 첫 이닝을 마쳤다.
그러나 2회 들어 제구 난조를 보였다. 2회에만 22구 중 볼이 12개였다. 윤요섭과 안정광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임성재에게 2S의 유리한 볼카운트서 적시타를 맞았다. 이재학의 2실점째. 이어진 2사 1,3루서 다시 만난 이진영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며 위기를 탈출했다.
이재학은 3회와 4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3회에도 제구가 좋지 않아(16구 중 볼 8개) 2사 1,2루 위기를 초래했으나 김연훈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4회는 가장 깔끔했다. 하위 타순을 삼자범퇴로 요리했다.
하지만 이재학은 5회를 못 버텼다. 타순이 두 바퀴 돌아 세 번째 대결. 하준호, 김진곤, 김동명, 윤요섭까지 4타자 연속 안타를 맞았다.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김연훈의 좌익수 뜬공을 끝으로 임무를 다했다. 다만 바통을 넘겨받은 윤주호가 4사구 2개로 승계 주자 1명을 불러들이며 이재학의 실점은 5점으로 늘었다. 4⅔이닝 7피안타 3볼넷 5실점, 투구수는 71개.
이재학은 강판 이후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고양 다이노스 관계자는 “민감한 시기라 (승부조작 혐의 관련한) 발언이 향후 경찰 조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이재학은 경찰의 소환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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