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얕보진 않았으나 예상보다 첫 관문의 문턱은 높았다. 그러나 못 넘을 정도는 아니다. 조금 진땀을 흘린 정도. 조금만 기다리니 기대했던 골 폭죽이 터졌다. 그 중심에 류승우(레버쿠젠)가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은 48위(한국)와 187위(피지)의 대결. 139계단의 차이였다. 피지는 오세아니아지역 예선에서 뉴질랜드가 부정선수 출전으로 몰수패한 혜택을 누렸다. 그렇지만 피지가 마냥 운이 좋아 올림픽 본선에 오른 상대는 아니었다. 지난해 U-20 월드컵 본선에 올라 온두라스를 3-0으로 완파하기도 했다.
피지는 박스 내 촘촘히 선수를 세웠다. 예상됐던 밀집수비. 다만 조직적으로 잘 다듬어졌다. 여기에 골키퍼 타마니사우도 거미손 모드였다. 한국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거세게 밀어붙였지만, 피지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슈팅 기회조차 잡기 어려웠다. 전반 31분에는 문창진(포항)의 기막힌 헤딩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뭔가 꼬이는가 싶었다. 그 순간 실타래가 풀렸다. 류승우의 오른발에 의해. 류승우는 권창훈(수원)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은 뒤 오른발로 차 넣었다. 골키퍼 타마니사우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류승우는 5일(한국시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C조 피지와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하며 8-0 대승을 이끌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
그 답답한 흐름은 다시 깬 게 류승우였다. 후반 17분 권창훈의 추가골이 터진 지 얼마 안 돼 류승우는 정교한 크로스로 권창훈의 2번째 골을 도왔다. 그리고 곧바로 대포알 슈팅으로 피지의 골망을 흔들었다. 1분 사이의 3골이었다. 흐름은 한국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류승우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전반 37분에 이어 후반 26분에도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이번에는 키커 손흥민(토트넘)의 깔끔한 성공. 석현준(포르투)의 골까지 터지면서 한국은 첫 판부터 8-0 대승을 거뒀다. 그 판을 깔아둔 류승우였다. 그리고 종료 직전 1골을 더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한국의 올림픽 본선 해트트릭 첫 주인공이 됐다.
‘10번’ 류승우는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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