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국제펜싱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의 공식표기는 프랑스어다. 본부는 스위스에 있고 현 회장은 러시아 사람. 여기에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3국이 현대펜싱의 기틀을 닦았다는 역사까지 더해지면 여러모로 ‘유럽’ 색채가 강한 운동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 개인 에페 금메달은 박상영(21·한국체대)이 차지했다. 세계랭킹 21위에 불과한 그는 10일 오전 결승전에서 FIE 3위이자 2015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 임레 게저(42·헝가리)에게 15-14로 진땀승을 거뒀다. 그것도 10-14의 절대 열세를 뒤집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역전승이었다.
콧대 높은 유럽언론들도 박상영의 성과를 인정했다. 프랑스 스포츠일간지 ‘레키프’는 “박상영은 패색이 짙었음에도 경기를 뒤집어 금메달을 획득했다”면서 “대단히 훌륭한 최고의 결승전이었다. 곡예와도 같은 공격을 잇달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 박상영이 리우올림픽 남자 개인 에페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받은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AFPBBNews=News1 |
스페인 뉴스통신사 ‘유로파 프레스’는 “박상영의 리우올림픽 제패는 그야말로 뜻밖이자 불가사의하게 실현됐다”면서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기술적으로는 장관을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헝가리 일간지 ‘보르스’는 “1996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20년이 지나 40대가 됐음에도 결승 진출 과정까지는 누가 봐도 지금까지보다 더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정상에서 미끄러졌다”고 임레의 패배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보르스’는 “박상영은 임레를 상대로 흥미진진하며 보는 이를 신나고 흥분시킬만한 결승전을 치렀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임레는 FIE 순위뿐 아니라 1996 애틀랜타올림픽 동메달과 2015 세계선수권 및 2008 유럽선수권 금메달
그러나 ‘기적’이나 ‘행운’으로 격하할 이유는 없다. 박상영은 단체전에서 2014년 한국의 아시아선수권·아시아경기대회 우승과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함께한 큰 무대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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