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남-북 대결이 성사됐다.
한국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여자 양궁 개인전 16강 전에서다. 주인공은 앞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한국의 ‘올림픽 8연패’를 이끌었던 장혜진(29·LH)과 북한의 강은주.
두둑한 배짱과 빠른 판단력으로 단체전 1번 주자를 맡았던 장혜진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 32강에서 우크라이나의 리디아 시체니코바를 세트 스코어 6대2로 완파했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이번 대회 양궁에 출전한 강은주는 앞서 열린 32강전에서 스웨덴의 크리스틴 비에렌달을 6대2로 제압하고 먼저 16강에 선착했다. 이날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북한 관계자와 경호원 등 약 10여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강은주를 응원했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에는 짧은 대화를 나누며 격려했다.
강은주와 첫 남북대결을 앞둔 장혜진은 “(강)은주와는 다른 대회에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 잘 안다”며 “은주가 ‘언니’ 하면서 활 쏘는 법이나 자세를 물어봤던 기억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혜진은 “하지만 지금은 올림픽”이라며 “얼마만큼 쏘는지 잘 알고 있으니 난 나대로 집중할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장혜진이 ‘집중’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전날 32강전에서 탈락한 세계랭킹 1위 김우진 때문이다. 장혜진은 “우진이 경기를 보고 느낀 게 많다”며 “앞으로도 제 스스로에게 집중해 경기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록만으로 절대적인 실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두 선수의 수준을 가늠할 수는 있다. 장혜진은 이날 32강전에서 28·29·26·28점을 기록했다. 반면 강은주는 25·26·25·27점을 기록하며 힘겹게 16강에 올랐다.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남·북 대결은 4차례 펼쳐진 바 있다. 첫 남·북대결이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여자 개인전 준결승에서 한국의 김남순이 북한의 최옥실에 승리를 거뒀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수녕이 또 다시 최옥실을 제압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박성현이 북한 권은실을 꺾고 결승에 올랐고 권
이번 대회에서 양궁 전종목 석권을 노리는 한국은 첫날 ‘에이스’ 김우진이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기보배(광주시청)와 이승윤(코오롱), 장혜진이 순항하며 금메달에 한 발짝 다가섰다.
[리우데자네이루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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