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6년 8월 16일,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넥센 히어로즈는 오후 6시30분 고척돔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시즌 107번째 KBO리그 경기를 갖는다. 100% 필승 카드인 밴 헤켄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경기의 승패가 아니다. 8시간 앞서 진행될 이장석 대표이사의 영장실질심사다.
풍전등화. 그만큼 위기에 직면했다. 창단 이래 바람 잘 날 없던 날이 많았으나 어느 때보다 큰 태풍이 몰아친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에 따라 넥센 히어로즈의 운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밖으로 티내지 않고 있지만, 안의 분위기는 다르다. 크게 요동치고 있다. 선수단도 이 대표의 ‘운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됐다. 그를 고소한 건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이다.
↑ 운명의 날이 밝았다. 이장석 대표이사의 구속 여부에 따라 넥센 히어로즈의 앞날도 바뀌게 된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벌어졌다. 이 대표에게 모든 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법원은 20억원의 성격에 대해 단순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이라면서 그에 상회하는 보전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패소한 이 대표는 홍 회장에게 40%에 해당하는 16만4000주를 양도해야 한다.
이 대표가 40%의 지분을 양도할 경우, 넥센 히어로즈의 최대주주는 홍 회장이 된다. 8년 전 20억원의 투자계약에 따라 넥센 히어로즈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현금 28억원 보상책은 물 건너갔다. 홍 회장은 오로지 약속대로 지분 40%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사기 혐의에 몰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1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압박이다.
그런데 단순 사기만 문제가 아니다. 이 대표에게 횡령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몇 년간 야구장 입점 매점 보증금, 광고비의 수십억원을 개인 계좌로 빼돌렸다고 했다. 구단 사무실 및 이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증거도 확보했다.
횡령 및 배임은 경영인 이 대표에게 치명타였다. 그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넥센 히어로즈의 관리도 부실했다. 결코 투명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이 대표의 뒷돈 관리에 대해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만큼 극소수만 알았다는 이야기다. 횡령 및 배임은 중대한 범죄다. 그리고 이는 영장실질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대표는 넥센 히어로즈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는 넥센 히어로즈를 9년째 이끌고 있다. 그리고 모기업이 없는 넥센 히어로즈는 KBO리그만의 성공 모델로 안착했다. 이 대표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넥센 히어로즈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남궁종환 단장도 형벌 대상에 올라있다.
최악의 경우, 이 대표가 없는 넥센 히어로즈가 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관에 따라 임원 자격이 박탈돼 넥센 히어로즈는 대표이사가 사라진다.
그럴 경우, 당장 구단 운영에 불똥이 떨어진다. 넥센 히어로즈는 기업의 스폰서십 유치 외에도 유동화 채권으로 현금 부족을 해소했다. 그런데 최근 이 대표의 사기 및 횡령 혐의에 따라 150억원 상당의 유동화 채권 발행이 취소됐다. 구단도 운영해야 하지만 갚아야 할 빚도 쌓여있다. 물론, 경영권 다툼에 따라 아예 새 주인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대표가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을 경우 KBO의 임원 자격은 유지될 수도 있다(총회 의
넥센 히어로즈는 겉으로 조용하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안으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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