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니퍼트(두산)의 독무대였던 투수 타이틀 경쟁이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잠재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 해커(NC)는 또 한 번의 짠물 피칭과 함께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니퍼트를 압박하고 있다.
니퍼트는 ‘무관’이었다. 2011년 KBO리그에 진출했지만 개인 타이틀은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타이틀 수상이 유력하다. 하나도 아니다. 25일 현재 다승(16), 평균자책점(3.04), 승률(0.842) 부문 1위다.
니퍼트의 기록은 다른 투수들을 압도한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2점대를 노릴 거의 유일한 투수다. 2위 헥터(KIA)는 지난 25일 광주 삼성전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 3.43으로 상승했다. 다승 부문에서 보우덴(14승·두산)과 2승차지만 니퍼트는 개막 이후 꾸준하다. 최근 3경기 연속 승리투수.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다관왕이 유력하다.
탈삼진 부문 1위도 넘볼 수 있었으나, 니퍼트는 교통사고 및 담 증세로 몇 차례 등판 일정을 조정했다. 그 손해를 봤다. 니퍼트는 탈삼진(109개) 부문 8위다. 1위 보우덴(121개)은 니퍼트보다 12개가 더 많다. 그러나 3경기를 더 등판했다. 경기당 평균 탈삼진은 니퍼트가 5.19개로 보우덴(5.04개)보다 많다.
↑ NC의 에릭 해커(왼쪽)와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오른쪽)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리고 올해는 투수 타이틀을 놓고 다시 한 번 경쟁한다. 사진=MK스포츠 DB |
해커는 팔꿈치 통증으로 2달가량 개점휴업이었다. 그는 지난 7월 14일 마산 두산전을 통해 복귀했다. 그리고 점점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10승을 올렸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다승 부문 2연패는 사실상 어렵다. 니퍼트와 간극을 좁히기엔 남은 기회가 부족하다.
대신 해커는 승률 및 평균자책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해커는 승률 0.833으로 니퍼트(0.842) 바로 다음이다. 하지만 승률 계산 시 승수보다 패수가 더 중요하다. 1승보다 1패가 더 영향이 크다. 해커는 올해 16경기에 나가 2패를 했다. 니퍼트는 3패다. 해커가 앞으로 니퍼트와 추가 승수(2승 이상)가 같을 경우 추월한다.
산술적으로 가능한 이야기는 평균자책점도 해당된다. 투수의 규정이닝은 소속팀 경기수의 1배. NC는 25일 현재 108경기를 치렀다. 97이닝의 해커는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3.25로 헥터보다 낮다. 니퍼트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NC는 10개 팀 중 가장 많은 36경기가 남았다(두산은 29경기). 다른 팀에 비해 빠듯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전략적인 등판도 어렵다.
시즌 규정이닝(144이닝)을 채우려면 47이닝을 더 던져야 한다. 쉽지 않은 미션이다. 그러나 해커라서 도전조차 할 수 있다. 부상, 우천 노게임 등 변수가 없다면 해커는 6~7경기 등판이 가능하다. 해커는 최근 3경기에서 23⅔이닝을 소화했다. 완투까지 가능했다. 김경문 감독은 ‘다음’을 대비해 끝까지 맡기지 않았다.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장내 진입이 가능하다.
해커는 부상 복귀 이후 5경기에서 최다 이닝이 5이닝이었다. 하지만 지난 13일 마산 kt전 이후 공룡군단의 에이스다운 피칭을 했다. 단순히 이닝만 많이 책임진 게 아니다. 최근 3경기 평균자책점이 0.76(23⅔이닝 2실점)으로 매우 짰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05에서 3.25로 수직 하락했다.
구속을 회복한 해커는 위력적인 공을 던지고 있다. 김 감독은 최근 해커의 호투 이유에 대해 구속 외 본인의 강한 의지를 들었다. 니퍼트도 1군 복귀(지난 9일 잠실 KIA전) 이후 3경기에서 3승을 쓸어 담았다. 평균자책점도 2.25(20이닝
1위 두산과 2위 NC의 승차는 5경기. 하지만 두 팀의 에이스 기록 간극은 더 좁다. 니퍼트와 해커의 호투 및 타이틀 경쟁은 시즌 막바지 또 하나의 흥밋거리다. 해커의 바통을 넘겨받은 니퍼트는 26일 잠실 롯데전에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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