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고척) 이상철 기자] 이길 기회는 몇 번이고 온다. 그렇다면 이를 콱 움켜잡아야 한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쓸지는 각 팀에 달렸다.
넥센과 한화. 맞붙기만 하면 으르렁 거렸다. 한 쪽으로 일찌감치 쏠린 경우도 있지만 동점과 역전이 반복된 경우가 더 많았다. 점수도 곧잘 났다.
↑ 한화는 3일 고척 넥센전에서 11회 터진 송광민(사진)의 2점 홈런에 힘입어 13-11 승리를 거뒀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한화는 다른 9개 구단이 감히 상상조차 못할 수단을 썼다. 전날 불펜 등판한 심수창을 선발투수로 기용했다. 35일 전 성공 사례(⅓이닝 1실점 비자책→5⅓이닝 3실점 2자책) 및 심수창의 고척돔 성적(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08)을 반영했다.
3회까진 한화의 뜻대로 풀렸다. 심수창은 1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면서 넥센 선발투수 최원태를 3회 마운드서 끌어내렸다. 3회에만 6득점.
6-1의 스코어. 이 정도면 여유 있는 리드일 수 있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춰 볼 때 그 가능성은 낮았다. 게다가 한화 마운드는 단단하지 않다. 이번 주간 3경기에서 24실점을 기록했다.
↑ 한화는 3일 고척 넥센전에서 9회 터진 김태균(사진)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사사구가 쏟아진 건 6회 이후. 한화는 6회 안타 1개만 치고도 사사구 4개로 2점을 따며 다시 앞서갔다. 리드만큼은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한화에게 없는 수단을 넥센이 갖고 있었다. 바로 홈런.
5회에 이어 6회 또 하나의 아치가 고척돔 외야 하늘 위로 그려졌다.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김민성이 역전 3점 홈런을 날렸다. 뒤이어 안타 4개와 볼넷 1개를 묶어 2점을 더 보태며 달아났다.
한화는 6회 박정진, 정대훈, 서캠프 등 3명의 투수로 맞섰으나 버티지 못했다. 장민재, 카스티요 외에는 전원 대기였다. 하지만 권혁, 송창식의 빈자리는 컸다.
넥센에겐 또 하나의 비장 카드가 있었다. 승리조 가동이다. 7회부터 김상수와 이보근이 차례로 등장해 아웃카운트 3개씩을 책임졌다.
염경엽 감독은 전날 고척 SK전에서 2이닝(17구)을 책임진 김세현 투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승리할 기회가 찾아왔으니 놓치지 않겠다는 것.
그런데 넥센의 계산이 틀어졌다. 투구수가 적더라도 긴 이닝에 대한 여파일까. 믿었던 김세현은 9회에만 피안타 5개를 허용하며 3점차 리드를 못 지켰다. 그의 8번째 블론세이브.
↑ 넥센은 3일 고척 한화전에서 초반 5점차 열세였지만 6회 김민성(왼쪽)의 역전 3점 홈런이 터졌다. 사진(고척)=김영구 기자 |
홈런은 넥센만의 장점은 아니다. 넥센-한화전 13경기에서 총 33개의 홈런이 쏟아졌는데 한화가 18개를 쳤다. 10회까지 잠잠하던 한화의 대포는 11회 송광민에 의해 터졌다. 결승 투런
그리고 11회 마운드에는 이튿날 경기 선발투수가 유력했던 이태양이 나타났다. 1승을 위해 또 한 번 ‘도박’을 건 셈이다. 이 승부수는 통했다. 이태양은 실점 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으면서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화의 13-11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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