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절실하게 야구를 하는 자랑스러운 아빠를 보여주고 싶어 야구공을 놓지 않았던 황덕균(33). 그가 마침내 첫 승을 올렸다. 참 오래 걸렸다. 그리고 참 먼 길을 돌았다.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첫 승의 기쁨은 누구보다 더 컸다.
황덕균은 2002년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두산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그가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건 11년 후였다. 사회인야구, 일본 독립리그 무대서 활동하다가 신생팀 NC의 일원이 됐다. 하지만 2013년 1경기만 뛴 뒤 방출됐다. 10구단 막내 kt로 적을 옮겼으나 3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그러다 올해 넥센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마지막일지 모를 도전이다.
↑ 황덕균은 14년 만에 KBO리그 첫 승을 기록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19일 사직 롯데전, 황덕균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상황은 나흘 전과 비슷했다. 선발투수 김정인은 불안했다. 1회 2사 만루를 막았으나 2회 연속 출루(안타-볼넷)를 허용한 뒤 강판했다. 황덕균이 또 불을 꺼야 했다. 황덕균은 전준우를 사구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몰렸으나 신본기를 병살타로 처리하고 포효했다.
그 이후 투구가 환상적이었다.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3회부터 5회까지 볼넷 1개만 내줬다. 5회 유격수 김하성의 호수비 퍼레이드 도움을 받았으나, 전반적으로 황덕균의 공은 위력적이었다.
황덕균의 희망투는 넥센의 승리를 불렀다. 황덕균이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는 사이 넥센은 점수차를 크게 벌렸다. 2-0의 스코어는 황덕균이 김상수에게 공을 건넬 때 5-0이 됐다. 그리고 김하성
4이닝 1볼넷 1사구 무실점을 기록한 황덕균은 승리투수가 됐다. 14년이 걸려 달성한 ‘1승’이다. 앳된 얼굴로 프로에 입문할 당시 꿈꿨던 그 일이 마침내 현실로 이뤄졌다. 그가 계속 야구를 해야 하는 이유도 스스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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