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플라이급(-52kg)부터 슈퍼웰터급(-70kg)까지 무려 8체급을 제패한 입지전적인 프로복서 ‘팩맨’ 매니 파퀴아오(38·필리핀)도 세월을 속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은퇴까지 번복한 정신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으로 만회했다.
파퀴아오는 6일 오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토머스 & 맥 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67kg) 타이틀전을 치렀다. 챔피언 제시 바르가스(27·미국)의 1차 방어전 상대로 임하여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미국 통계회사 ‘컴퓨복스’ 공개자료를 보면 파퀴아오는 1~4라운드에서 라운드당 32차례 공격에 그쳤다. 이는 프로복싱 웰터급 평균 57회의 56.1% 수준이다.
↑ ‘팩맨’ 매니 파퀴아오가 세계복싱기구 웰터급 챔피언 등극 선언을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현역 상원의원 신분으로 세계챔프가 된 첫 프로복서가 됐다. 사진(미국 라스베이거스)=AFPBBNews=News1 |
파퀴아오는 ‘소나기’라는 말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적인 공격이 장기였다. 그러나 어느덧 30대 후반이 된 그에게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하지만 저돌성에 가려져 저평가된 파퀴아오의 기술은 경기 초·중반에도 건재했다. 바르가스를 맞아 6라운드까지 펀치 성공 98-54로 상대보다 1.81배나 많았다.
7·8라운드 파퀴아오는 각각 15·18번 공격 적중으로 경기 최다를 잇달아 경신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집중력과 정확도가 올라갔다는 얘기다. 단 24차례 펀치만으로 바르가스를 공략한 7라운드의 정교함은 인상적이다.
이제 쉴 새 없이 몰아치며 상대를 쓰러트리는 파퀴아오는 사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종합적인 기량으로는 세계 최정상급으로 손색이 없다.
세계 최대 복싱전적기록사이트 ‘복스렉’도 파퀴아오를 웰터급 1위이자 파운드 포 파운드(pound for pound·P4P) 2위로 평가했다. P4P는 ‘pound for pound’의 ‘똑같이’라는 뜻처럼 모든 선수가 같은 체중이라는 가정하에 기량의 우열을 따지는 개념이다.
파퀴아오는 WBO 웰터급 타이틀을 획득하며 현역 상원의원 신분으로 세계챔프가 된 첫 프로복서가 됐다. 통산 67전 59승 2무 6패(KO 38승 3패). 3선 하원의원을 지낸 파퀴아오는 6월30일 상원의원으로 첫 임기를 시작했다.
지난 4월9일 파퀴아오는 WBO 웰터급 인터내셔널챔피언 결정전을 끝으로 프로복싱 경력을 마무리한다고 선언했으나 당분간 연 1회 정도의 빈도로 경기를 이어가겠다고
세계복싱협회(WBA) 슈퍼라이트급(-63.5kg) 챔피언도 지낸 바르가스는 웰터급 8위로 여겨진다. 파퀴아오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생애 2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프로통산 29전 27승(10KO) 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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