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4년 전과 다를 게 없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건 2012년. 당시 LG트윈스 소속이던 박현준과 김성현이 고의 볼넷을 내주는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한 사실이 적발돼 유니폼을 벗고, 사법처리됐다. 당시 충격은 엄청났다. 올게 왔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더 이상 프로야구도 승부조작이라는 마수에서 청정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최근 벌어진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공식 사죄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울 리베라호텔)=김영구 기자 |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지난 7월 창원발 소식은 야구팬을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가 NC다이노스 이태양을 승부조작 혐의로 수사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군복무 중인 문우람(넥센)이 브로커에 역으로 승부조작을 제안했고, 이태양이 이를 실행했다는 것이었다. 이태양은 1심 재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태양의 승부조작 건은 시작에 불과했다. KBO가 자진신고 기간을 두자, 유창식(KIA)이 한화 시절이던 2014년 역시 고의볼넷 수법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사실을 밝힌 것이다. 그리도 이를 내사 중이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의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NC 투수 이재학이 연루돼 있다는 얘기가 나와 또 다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사상 초유의 승부조작에 의한 구단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다. 롯데 이성민이 NC시절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고, NC 관계자가 이를 알고도 덮으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은 7일 수사를 마무리 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모두 발표했다. 승부조작도 문제였지만, 선수들이 프로야구 경기에 베팅하는 불법 도박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승부조작이 다시 불거지자 KBO나 선수협은 더욱 강도 높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승부조작은 대부분 ‘지인’을 통해 이뤄진다.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베팅을 하는 가담자 등이 점조직 형태로 조직원을 이끌기 때문에 은밀하게 움직인다. 최근 드러난 과정도 학교 선후배뿐만 아니라 친인척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준다.
결국 선수들의 의식을 뜯어 고치는 일밖에 없다. 4년만에 승부조작 악령이 스멀스멀 기어나온 것은 선수들 전반에 퍼져있는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컸던 점도 분명 있다. 이번 승부조작 재발로 KBO와 선수협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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