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메이저리그에서는 매 시즌 포지션별로 최고의 타격을 보여준 선수들을 뽑아 '실버슬러거'를 수상한다. 잘한 선수가 있다면, 반대로 부진했던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름하여 '실망슬러거' 시상식이다.
수상자는 야수의 경우 최소 3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OPS(출루율+장타율)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선수들을 리그별로 선정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를 별도 시상했다. 5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타율이 가장 낮은 선수를 골랐다.
앞선 '돌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만큼 기회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선수들이다. 절대 개인적인 감정이 있거나 이들의 실력을 비난할 의도는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다음 시즌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달라는 격려의 채찍 정도로 받아들이면 감사할 것이다. 수상자가 이 기사를 읽고 있다면.
↑ 제이슨 헤이워드는 컵스와 계약 첫 해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
투수: 댄 스트레일리(신시내티)
포수: 데릭 노리스(샌디에이고)
1루수: 라이언 짐머맨(워싱턴)
2루수: 콜튼 웡(세인트루이스)
3루수: 맷 더피(前 샌프란시스코)
유격수: 아데니 에채바리아(마이애미)
외야수: 제이슨 헤이워드(컵스), 벤 르비에르(워싱턴), 트래비스 얀코스키(샌디에이고)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8년 1억 8400만 달러에 계약한 제이슨 헤이워드는 타율 0.230 OPS 0.631로 최악의 부진을 경험했다. 그 부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어졌고, 월드시리즈에서는 초반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맛봤다. 수비는 여전했지만, 타석에서 너무 아쉬웠던 헤이워드의 2016년이었다.
지난 시즌 혜성같이 등장했던 맷 더피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치른 70경기에서 타율 0.253 OPS 0.671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고, 결국 에두아르도 누네즈에게 자리를 내준 뒤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됐다. 시즌 전체 타율 0.258 OPS 0.668로 혹독한 2년차 슬럼프를 경험했다.
지난겨울 알 자지라의 다큐멘터리에서 약물 복용 선수로 지목당했던 라이언 짐머맨은 이에 대한 심적 부담 때문인지 타율 0.218 OPS 0.642로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흉곽 염좌, 손목 타박상으로 두 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같은 팀 외야수 벤 브리에르도 타율 0.217 OPS 0.560으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콜튼 웡은 다시 2할 4푼대로 타율이 하락하며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OPS도 0.682에 그쳤다. 아데니 에채바리아도 2013년 이후 가장 나쁜 타율 0.236 OPS 0.594의 성적을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데릭 노리스와 트래비스 얀코스키, 두 명의 실망슬러거를 배출했다. 노리스는 타율 0.186에 0.583의 OPS를 기록했다. 139개의 삼진은 이번 시즌 메이저리그 포수 중 러셀 마틴(토론토, 146개)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메이저리그 데뷔 2년차에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은 얀코스키는 첫 해에 비해 좋은 성적(타율 0.245 OPS 0.646)을 남겼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투수 중에는 댄 스트레일리가 52타수 1안타를 기록, 가장 타격이 나빴던 투수로 선정됐다. 2개의 볼넷을 고르는 사이 40개의 삼진을 당했다. 그래도 희생번트 11개를 성공하며 자기 역할은 했다.
↑ 라이언 짐머맨은 부상에 시달리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사진=ⓒAFPBBNews = News1 |
포수: 제임스 맥칸(디트로이트)
1루수: 마크 테셰이라(양키스)
2루수: 제드 로우리(오클랜드)
3루수: 체이스 헤들리(양키스)
유격수: 케텔 마르테(시애틀)
외야수: 아론 힉스(양키스), 콜비 라스무스(휴스턴), 케빈 필라(토론토)
지명타자: 프린스 필더(텍사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마크 테셰이라는 타율 0.204 OPS 0.654의 성적으로 마지막 현역 시즌을 마무리했다. 뜻하지 않게 은퇴하게 된 선수도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 지명타자 프린스 필더는 목디스크 부상으로 더이상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고 그라운드와 작별을 고했다. 타율 0.212 OPS 0.626의 초라한 성적을 남긴 채.
뉴욕 양키스 3루수 체이스 헤들리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3루수로서 0.712의 준수한 OPS를 기록했지만, 상대평가에서 밀리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팀의 아론 힉스는 대상자들 중 아메리칸리그 외야수들 중 가장 낮은 0.617의 OPS를 기록했다.
↑ 프린스 필더는 부진의 원인을 밝혀냈지만, 다시 그라운드에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제드 로우리는 타율은 0.263으로 준수했지만, OPS가 0.637로 너무 떨어졌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제임스 맥칸(OPS 0.629), 시애틀의 케텔 마르테(0.610)는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여 안타까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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