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채태인(34)은 ‘넥센맨’이다. 8개월이 지났다. 어떠한가. 아직도 어색한 느낌이 드는가.
혹자는 넥센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익숙함이 주는 ‘부정’이다. 채태인은 2007년 KBO리그를 노크해 9년간 삼성에서 뛰었다. 아무래도 파란색이 그와 좀 더 친숙할 수밖에.
하지만 1시즌이 끝났다. ‘넥센의 17번’ 유니폼은 이제 테일러드 슈트를 입은 듯 딱 맞다. 채태인도 “난 그렇지 않은데 예전에는 다들 어색하다고 하더라. 요즘은 ‘잘 어울린다’라며 주위 반응이 달라졌다”라며 웃었다.
채태인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넥센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많이 알고 싶은 팀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뛰고 싶은 팀이다.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된)넥센행은 100점 만점이다.”
↑ 채태인은 지난 3월 김대우와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했다. 그는 넥센에서 또 다른 야구를 배우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3월 22일 오전 삼성과 LG의 시범경기 직전 류중일 감독이 툭 한마디를 남겼다. “곧 뭔가 있을 것이다”라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삼성은 야수 채태인을 넥센에 주면서 투수 김대우를 받았다. 지난겨울 채태인과 관련한 트레이드 소문이 무성했다. 결국 현실로 이뤄졌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삼성은 포지션(1루수) 중복 문제를 해결하면서 불펜 강화(기왕이면 젊은 투수)를 희망했다. 넥센 또한 박병호(미네소타)의 이적으로 타선의 무게감을 실어줄 검증된 타자를 원했다.
1차 스프링캠프만 소화한 뒤 2군 선수들과 시즌을 준비했던 채태인이다. 서운한 감정이 없을 리 없다. “삼성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뛴 첫 팀이다. 친했던 동료들과 기분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핑 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어디서든 야구를 하는 건 같다”라며 새로운 야구인생을 그리고자 했다. 그에게 새 야구장은 대구가 아니라 서울이었다. 시범경기(3번)도 넥센 소속으로 치렀다. 시간이 흐를수록 넥센 트레이드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이 커졌다.
“삼성과 넥센은 다르다. 삼성은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한 강팀이다. 모든 게 갖춰져 내가 빠져도 누가 잘 메운다. 젊은 선수가 많은 넥센은 (완성되지 않았으나)점점 기대가 되는 팀이다. 넥센 이적 후 야구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했다.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게 좋은 지를 많이 알게 됐다. 내가 못한 야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태인이 가장 만족한 건 분위기와 환경이다. 팀에 활기가 넘친다. 또한, 선수가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다. 삼성의 분위기 메이커는 넥센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금세 녹아들었다.
“야수 중 (이)택근 선배 다음이다. 그런데 난 군기반장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나를 편하게 생각할 거 아닌가. 분위기를 살리면서 야구 외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노력을 많이 했다.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돼 기분이 좋으면 야구도 잘 된다. 후배들에게 장난도 참 많이 쳤다. 그리고 어느 팀보다 선수가 야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만족한다. 정말 넥센에 잘 온 것 같다. (스프링캠프도 함께 할 있게)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 채태인은 팀 내 4번째로 많은 72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타율도 0.296에 그쳤다. 그는 보여줄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3월 대구에서 서울로 향하던 채태인은 ‘내가 잘 하는 걸 해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타격과 수비는 자신이 있었다.
채태인은 올해 정규시즌 124경기를 뛰었다. 2014년에 이은 개인 최다 출전 타이다. 그러나 2014년은 팀당 128경기였다. 게다가 채태인의 출전은 꾸준하지 않았다. 라인업에 빠지는 날이 많아졌다. 목표였던 풀타임도 이루지 못했다. 지난 5월에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흐름이 끊겼다. 포지션도 주로 지명타자였다. 공-수를 병행하는 게 감을 유지하는 데 더 좋다는 채태인이다. 타점(49→72)만 늘었을 뿐, 개인 기록은 전반적으로 떨어졌다. 타율은 6푼2리(0.348→0.286)나 하락했다. “경기 출전이 꾸준하지 않으면서 내가 가진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넥센에 입단한 건 만족하나 개인 기록은 스스로 불만이 컸다. 그는 절대 만족할 수 없다. 최악의 시즌이었던 2012년(타율 0.207 28안타 1홈런 9타점 15득점) 이후 또 한 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3할 타율을 기록할 자신이 있었다. 100타점에 대한 개인적인 로망도 있다. 2년 전에 1개 차이로 놓쳤다. 이번에는 둘 다 이루지 못했다. 띄엄띄엄 출전하니 나중에는 내가 어떻게 쳐야 할지 모르겠더라.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낮은 타율이 무엇보다 아쉽다. 통산 타율도 2할대(0.301→0.299)로 떨어졌다. 124경기를 뛰었지만 교체 출전이 많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더 많이 타석에 섰다면 어땠을까. 3할 타율과 100타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 점수를 매긴다면 최악의 점수일 것 같다. 50점도 안 된다.”
그래도 굳이 만족할 게 있다면 ‘찬스 메이킹’이다. 채태인의 득점권 타율은 0.350이다. 타율이 크게 떨어지고도 타점이 크게 오른 이유다. “타점이 많은 것에 대해 다들 신기해한다. 개인적으로 주자가 있을 경우 타석에서 더 집중한다. 그게 나의 유일한 장점이다. 그리고 올해 유일하게 내세울 기록 같다.”
채태인은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상대적으로 김대우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김대우는 67경기 6승 11홀드 평균자책점 5.05를 기록했다. 아직은 ‘윈-윈 트레이드’라고 평가하기 어려웠던 첫 시즌이다.
“초반에는 잘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했다. 넥센이 날 필요해 데려간 거니 적어도 (김)대우보다는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실패한 트레이드라는 오명은 듣기 싫었다. 한 시즌 갖고 누가 더 나았네라는 총평도 있던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올해 못 해서 팀에 미안하나 언젠가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한다.”
↑ 채태인(오른쪽)은 넥센 히어로즈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다. 그는 팀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채태인은 넥센에 대해 2016년보다 2017년이, 2017년보다 2018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라고 했다. 그 표현은 채태인에게도 쓰인다. 채태인은 현재 넥센에서 보낼 2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명예 회복과 함께 진짜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내 야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그 자신감이 없다면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난 자신이 있다. 분명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산한다. 내가 믿는 야구가 있다. 내년에도 못한다면 그게 내 실력이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새 출발이다. 팀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장정석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베테랑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경쟁의 출발선은 동일하다. 채태인도 재능 있고 잠재력을 지닌 젊은 선수들과 내부 경쟁을 피할 수 없다.
“스포츠는 베테랑이 중요하다. 신구조화가 이뤄져야 팀도 강해지고 우승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베테랑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잘 하는 선수가 경기에 뛰는 게 맞다. 경쟁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내가 잘 해야 경기를 뛸 수 있다. 감독님께서 말씀을 하셨던 것처럼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자신감이 가득하다. 사고도 긍정적이다. 넥센에서 보여줄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본격적인 채태인쇼는 지금부터다. 그의 목표는 주전 1루수다. 지명타자는 그가 희망하는 자리가 아니다.
“딱히 느리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달리기 외에는 다 자신이 있다. 수비도 그렇다. 난 수비하는 게 좋다. 내 포지션은 1루수밖에 없다. 지명타자는 아니다. 수비를 병행하면서 땀도 흘리고 열도 내야 한다. 그게 타격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다른 선수와 비교해 뒤지지 않을)자신이 있다. 또한, 자부심도 있다.”
채태인을 힘내게 하는 또 하나의 동기부여는 ‘자유계약선수(FA)’다. 그는 1시즌(팀 경기수의 2/3이상 출전)을 더 소화할 경우 FA 자격을 취득한다. 35세가 되는 채태인에게 마지막 FA 기회다. “내 야구인생의 마지막 FA다. 당연히 동기부여가 더 생긴다. 내가 잘하면 대박을 칠 수 있겠지만 못하면 쪽박일 터다. 결국 내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도 있다. 통산 3할 타율, 1000안타, 100홈런 등 꽤 많다. 올해 이루지 못한 풀타임도 버킷리스트에 포함됐다.
“타이틀 욕심은 없다. 팀 월간 MVP에 대한 욕심조차 없다. 내 야구에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그와 함께 통산 1000안타(-145)와 100홈런(-12)까지 다 해내고 싶다. 통산 타율도 3할로 다시 끌어올리고자 한다. 누구는 2000안타를 향해 가는데 1000안타라고 낮춰 볼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기록(KBO 시상)이다. (KBO리그에서)뒤늦게 시작한 만큼 내겐 의미가 있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도 ‘현재 몸 상태가 좋다’고 말씀하신다.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
채태인은 넥센에서 1시즌을 치렀다. 긴 시간이 아니다. 그러나 즐겁게 야구를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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