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용인) 윤진만 기자] 여자축구 에이스 지소연(25·첼시레이디스)은 요즈음 공중파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 25일 MBC 예능 ‘일밤-복면가왕’에 깜짝 출연한 뒤 알아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28일 용인에서 진행한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전에 연탄나르기 행사를 하고 목욕탕엘 갔는데, 할머니들이 팔을 만지면서 지소연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방송 출연 전보다 확실히 많이들 알아보시는 것 같아요. 공중파 무섭네요.(웃음)”
↑ 지소연은 복면가왕 출연 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28일 오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진행했다. 사진(용인)=천정환 기자 |
지소연은 ‘복면가왕’에서 ‘종소리 울려종’이란 가명으로 출연해 쿨의 ‘All for you'와 캐럴송 ‘창밖을 보라’를 열창했다. 패널들이 ‘목소리 귀엽다’, ‘대화하는 것처럼 노래한다’고 호평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큰 무대에 선 경험이 많은 선수라 그런지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가수들의 뺨을 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지만, 음정 박자 모두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복면 안에선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소연은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고 털어놨다. 첫 음악 예능 출연이고, 평소 노래에 자신 있는 편도 아니어서 그렇게 긴장되더라는 거다.
“리허설에서 올포유의 도입부인 ‘벌써 며칠째~’ 부분을 몇 번이나 놓쳤어요. 본 녹화할 때는 관객, 패널들까지 지켜본다는 생각에 더 떨리더라고요. 아휴”
출연 뒷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출연 제의에 ‘OK'를 하고부터 방송을 하기 전까지 계속 후회했어요. ‘런닝맨’과 같이 몸으로 하는 예능도 아니었고, 노래한다는 게 참…. ‘여자축구 알려야지’라는 엄마의 말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작가 언니들께 직접 부른 노래를 녹음해 전달했더니 ‘연습 많이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가족들과 코인 노래방에 가서 죽으라고 연습했어요. 노래를 듣던 남동생이 그러던데요? 누나 생각보다 노래 잘한다고. 목소리 예쁘다고. 힘을 많이 얻었죠."
↑ 이미지=MBC 방송화면 캡쳐 |
↑ 27일 홍명보자선경기에서도 복면가왕 세리머니를 펼친 지소연. 사진(장충체)=천정환 기자 |
지소연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보기’를 하는 모친을 옆에서 보며 ‘복면가왕’에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7일 홍명보자선경기에서 만난 동료 선수들도 ‘생각보다 잘했다’고 말해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했다.
한 가지 후회가 되는 점이 있다면 ‘화장’이라고 그는 말했다. 외모에 민감한 여느 이십대 중반 여성들의 흔한 고민이다.
“홍명보자선경기(27일)에서 만난 동료들(심서연 이민아 서현숙)이 ‘그 화장이 최선이었느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봐도 이상하게 나왔어요. 선크림만 발랐는데 화장을 조금 더 할 걸 그랬나 봐요. 하하”
“예전에는 외모를 가꾸는 데 많이 관심이 없었어요. 늦바람이 들었는지 요새는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게 되고. 잘 된 것 같아요. 경기장 안에선 터프한 모습을 보여도 밖에선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남자친구 사귀어야죠!”
‘노래하는 여자 축구선수’는 ‘농구했던 자칭 유명인’ 만큼이나 신선한 캐릭터다. ‘복면가왕’에 출연한 뒤로 타방송에서 출연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 길거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형식의 프로그램에서도 최근 출연 의사를 물어봤다고 한다.
“마음은 있는데,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할 자신은 없어요, 솔직히. 수다 떠는 건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마이크를 잡고 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생각만 해도 떨리네요. 만약 출연한다고 해도 작가분들이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웃음)”
↑ 지소연은 복면가왕 다시보기를 하는 모친을 보며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진(용인체)=천정환 기자 |
지소연은 짬짬이 방송도 하고 자선행사에 참가할 뿐, 본업에도 충실히 임하고 있다. 인천 현대제철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2017시즌을 준비 중이다. 2017년 목표는 AFC아시안컵 예선 통과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고.
“지난시즌 볼프스부르크에 패해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탈락했었어요. 다른 나라 팀들과 경기를 한다는 게 재밌더라고요. 맨체스터시티가 8강까지 갔는데 다음시즌에는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싶
“4월에는 아시안컵 예선이 얼리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 꼭 본선에 올라가야죠. 지소연뿐 아니라 여자 축구에도 팬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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