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스포츠계 최대 이슈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이다. 야구계 시선도 벌써 도쿄로 쏠려 있다. 숙적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해 달라는 것이 야구팬 뿐 아니라 국민적 열망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야구의 실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 때보다 많이 약해져 있다. 일본야구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우리는 지난 해 11월 프리미어12에서 우물 안 개구리의 한국야구를 확인했다. 대만 일본과의 세 경기에서 모두 완패했다.
↑ 한국이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을 이기기 위해선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변신"이 필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금메달은커녕 노메달에 그칠 수도 있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다. 프리미어12에서 나타난 일본의 전력은 분명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야구의 기본에서 우리를 앞섰다. 가까이에서 일본과 한국야구를 지켜본 야구인들은 그걸 ‘벽’이라고 했다. 그러나 단서를 달았다. “못 오를 벽은 아니다”란 것이다. 그 가능성은 감독의 역량에서 나온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선 벤치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안타깝게도 김경문 감독은 움직이지 않았다. 선수들을 믿었다. 마치 장기판에서 외통수를 노리는 듯했다. 끝까지 박병호를 고집했고, 양의지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양현종은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까지 방치했다. 대표팀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았던 강백호를 외면했고, 파이팅 넘치는 포수 박세혁을 믿지 못했다. 승부욕에 눈빛이 이글거리던 이영하를 아꼈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이렇게 했다간 ‘필패’다. 단기전에선 감독이 경기를 좌우한다. 특히 열세인 팀에선 감독이 두 배 세 배로 머리를 짜내야 한다. 데이터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감독이 스스로 정한 이름값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전력분석팀이 밤새워 마련한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김경문 감독은 올림픽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명장이다. 뚝심과 믿
음이 그의 장점이다. 하지만 올림픽 같은 단기전에선 조금 더 교활해지기 바란다. 일본야구가 강하지만 우리가 못 이길 상대는 아니다. 김경문 감독이 변해야 한다.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금메달 시상대에 올라선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을 그려 본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