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맨날 '경우의 수'를 따져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거 하지 말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나선 김학범호 태극전사들은 국제 대회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연령별 대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U-23 대표팀부터 합류한 선수들도 제법 있습니다.
이란과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조규성과 이란전에서 조규성의 득점을 도운 맹성웅(이상 안양)을 비롯해 '꽃미남' 미드필더 정승원(대구)과 수비수 김재우(부천)는 연령별 대표를 거치지 않고 김학범호를 통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선수별로 국제 대회 경험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김학범 감독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 달성을 위해선 새로운 지도법이 필요했습니다. 바로 '베스트 11'의 명확한 윤곽이 없는 대표팀입니다.
김 감독은 작년 말 두바이컵 때도 대표팀을 이원화해서 4경기를 치렀습니다.
우열반이 아닌 '두 개의 베스트 팀'이었습니다.
선수별로 장단점이 있는 만큼 서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김학범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그제(12일) 이란전 종료 후 취재진과 만나 "우리 선수들의 국제 대회 경험이 적다. 국제 대회에 처음 나선 선수뿐만 아니라 연령별 대표도 경험 못 한 선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감독은 "그나마 엄원상(광주), 오세훈(상주), 정태욱(대구), 이상민(울산), 김진야(서울), 송범근(전북) 등이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뛰었을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큰 경기에 나서면 위축되게 마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일한 유럽파인 정우영(프라이부르크)도 큰 기대를 받았지만 소속팀에서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실전 경험이 떨어져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입니다.
선수들의 국제 경험이 적은 만큼 김 감독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체력과 전술에 집중했습니다.
김학범호는 중국과 1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이동준(부산)의 극장골로 진땀승을 거두며 힘들게 시작했지만 '난적' 이란과 2차전에서는 전반에만 2골을 몰아치고 2-1 승리를 거두며 이번 대회 8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습니다.
김 감독은 중국전 베스트 11 가운데 7명을 바꾸는 승부수로 이란을 상대했습니다. 새로운 조합이지만 지금껏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들이라 어색함은 없었습니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만날 세 팀에 대한 분석과 대비책은 이미 이번 대회 전에 모두 끝냈다"라며 "이제 선수들이 조별리그를 치러가면서 스스로 경험을 쌓는 일만 남았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한국을 떠나기 전에 선수들과 '한국은 맨날 '경우의 수'를 따져왔다. 우리는 그러지 말자'라고 다짐을 하고 왔다"라며 "우리는 베스트 11이 정해지지 않았다. 누구나 베스트 11이 될 수 있다. 선수들의 장단점에 따라 적당하게 조합만 잘해주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내일(15일) 오후 7시 15분 태국 랑싯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디펜딩 챔피언' 우즈베키스탄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남긴 김학범호는 1, 2차전을 치른 송클라를 떠나 어제(13일) 오후 늦게 방콕으로 이동했습니다.
김학범호의 조별리그 순위는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 결과를 통해 최종 결정됩니다.
조 1위를 하면 D조 2위, 조 2위를 하면 D조 1위와 8강에서 대결합니다. D조에는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태국, 북한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과 8
이러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전 이후 1년 5개월 만에 '김학범-박항서 지략대전 시즌2'가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는 조 1위에 큰 이득이 없다. 오히려 조 2위 팀의 동선이 더 좋다"라며 "선수들의 템포에 맞춰가며 대회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