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지난해 2월 두산베어스에 입단한 권혁(37)은 4개월 만에 등번호(8번→19번)를 바꿨다. 그는 다시 등번호를 교체했다.
이번에는 삼성라이온즈, 한화이글스에서 사용했던 47번이다. 그를 상징하던 등번호다. 홍상삼(30·KIA타이거즈)이 떠나면서 두산 47번은 새 주인을 맞이했다.
권혁은 “(지난해) 후배가 쓰던 등번호를 양보해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그럴만한 위치도 아니다. 공교롭게 이번에 47번이 빈 등번호가 됐다. 사람마다 애착이 가는 숫자가 있다. (47번은) 오랫동안 썼던 등번호여서 내게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투수 권혁은 2019년보다 더 잘한 2020년을 보내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권혁은 이적 첫 시즌에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5년 만에 정상 등극이었다. 57경기(36⅔이닝)에 등판해 2승 2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4.91를 기록했다. 역대 KBO리그 2호 150홀드(2018년 6월 2일 수원 kt위즈전)도 달성했다.
그렇지만 권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1년간 우승도 해보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내가 크게 이바지한 게 없다. 불만족스럽다. 몸 상태가 안 좋았던 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2002년 프로에 입문한 권혁은 어느덧 19년차다. 배영수(39)가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그는 팀 내 프로 경력이 가장 오래된 선수다. ‘맏형’ 김승회(39)는 2003년에 프로야구선수가 됐다.
베테랑이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나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기량 감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권혁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권혁은 “지난해보다 모든 면에서 더 잘하는 게 올해 목표다. 나이에 관한 말을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주변에서) 그렇게 나를 바라보지 않는가. 노장 취급을 받지만, 기량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입증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200홀드는 권혁의 꿈이다. 그는 지난해 150홀드 달성 후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개인 기록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200홀드는 조금 욕심이 난다. 그때까지 몸 관리를 잘해서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통산 157홀드로 43개만 남아있다.
겨우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2주 뒤 떠날 스프링캠프다. 준비 과정은 문제없다. 권혁은 “해마다 비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다만 올해는 (이적 문제도 없고) 좀 더 홀가분하고 알차게 준비하고 있다. 계획대로 체중도 감량하면서 몸을 만드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두산은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리고 있다. 몇 가지 변수가 있으나 올해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김태형(53) 감독은
권혁은 “불펜은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약점으로 꼽힌 부분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다들 기량이 뛰어나다. 나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김강률 곽빈 등) 부상자도 돌아오는 만큼 분명 잘할 거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